혹독하기 이를 데 없는 자본주의의 위기…신간 '좌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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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수단을 자본으로써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 체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자본주의'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낸시 프레이저는 자신의 책 '좌파의 길'(원제 Cannibal Capitalism)에서 자본주의가 경제를 넘어 사회의 한 유형이라고 인식한다.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제도화된 사회 질서'라는 시각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혹독하기 이를 데 없는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고 본다.
그는 "부채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노동은 불안정하며,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공공 서비스는 퇴보하고, 인프라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며, 국경 감시는 더욱 가혹해진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생명을 위협하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극단적인 기후까지.
저자는 이런 '끔찍한 사태'의 근원을 파헤치며 우리 시대를 이 지경에 몰아넣은 사회 시스템에 '식인 자본주의'라는 무서운 이름을 붙인다.
자본주의 경제가 제 배를 채우기 위해 가족이나 공동체, 생활 터전, 생태계 등까지 피와 살을 다 빨아먹어 버린다는 뜻에서다.
말 그대로 파괴적 본능이다.
저자는 오늘날 위기는 이를 명쾌하게 정리해 줄 비판 이론이 없고, 어떠한 이론 모델과도 맞지 않는다며 기존의 자본주의관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수탈, 재생산, 생태, 정치 등 각 영역에서 어떻게 제 살을 깎아 먹는지 짚으며, 이런 자본의 파괴적인 속성이 기후 위기, 인종적 불평등 등에도 위기를 촉발했다고 설명한다.
또, 자본주의 체제에서 '돌봄'이 어떻게 취급되고 처리됐는지도 조명한다.
"기다렸다가 40대, 50대, 아니 60대에 아이를 가지세요.
여러분의 강력한 에너지, 생산적 시기를 회사에 바치세요.
" (143쪽·난자 동결의 인기가 급증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저자는 자본주의를 '식인종'으로 바라보면 어떤 점이 달라질지,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주의는 어떤 것이어야 할지 등을 독자가 고민하게끔 한다.
"이런 형태의 제 살 깎아 먹기를 극복하려면, 사회주의는 현재의 참담한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민주적인 정치적 자치의 범위를 확장해야만 한다.
" (277쪽)
책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발표한 논문이나 강연을 엮은 것이다.
서해문집. 장석준 옮김. 336쪽.
/연합뉴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자본주의'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사회이론가인 낸시 프레이저는 자신의 책 '좌파의 길'(원제 Cannibal Capitalism)에서 자본주의가 경제를 넘어 사회의 한 유형이라고 인식한다.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제도화된 사회 질서'라는 시각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혹독하기 이를 데 없는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살고 있다고 본다.
그는 "부채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노동은 불안정하며,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공공 서비스는 퇴보하고, 인프라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며, 국경 감시는 더욱 가혹해진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생명을 위협하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극단적인 기후까지.
저자는 이런 '끔찍한 사태'의 근원을 파헤치며 우리 시대를 이 지경에 몰아넣은 사회 시스템에 '식인 자본주의'라는 무서운 이름을 붙인다.
자본주의 경제가 제 배를 채우기 위해 가족이나 공동체, 생활 터전, 생태계 등까지 피와 살을 다 빨아먹어 버린다는 뜻에서다.
말 그대로 파괴적 본능이다.
저자는 오늘날 위기는 이를 명쾌하게 정리해 줄 비판 이론이 없고, 어떠한 이론 모델과도 맞지 않는다며 기존의 자본주의관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본주의가 수탈, 재생산, 생태, 정치 등 각 영역에서 어떻게 제 살을 깎아 먹는지 짚으며, 이런 자본의 파괴적인 속성이 기후 위기, 인종적 불평등 등에도 위기를 촉발했다고 설명한다.
또, 자본주의 체제에서 '돌봄'이 어떻게 취급되고 처리됐는지도 조명한다.
"기다렸다가 40대, 50대, 아니 60대에 아이를 가지세요.
여러분의 강력한 에너지, 생산적 시기를 회사에 바치세요.
" (143쪽·난자 동결의 인기가 급증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저자는 자본주의를 '식인종'으로 바라보면 어떤 점이 달라질지,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주의는 어떤 것이어야 할지 등을 독자가 고민하게끔 한다.
"이런 형태의 제 살 깎아 먹기를 극복하려면, 사회주의는 현재의 참담한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민주적인 정치적 자치의 범위를 확장해야만 한다.
" (277쪽)
책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발표한 논문이나 강연을 엮은 것이다.
서해문집. 장석준 옮김. 33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