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및 FTX 파산 등 대형악재로 시장 침체"
금융당국, "자금세탁행위 우선 점검"…국민의힘 주최 연구결과 보고회
"디지털자산 평가·공시 부재…포괄적 규제체계 마련해야"
가상자산 시장에서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등이 발생한 것은 거래소와 평가기관에서 제대로 된 평가나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당국 역시 디지털자산의 발행과 상장, 고시 전반에 대한 포괄적 규제체계와 관련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금세탁행위(Anti-Money Laundering·AML)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디지털자산의 미래 - 신산업·규제혁신 TF 연구결과 보고회'에서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 불거진 문제점과 정책 대안을 놓고 다양한 논의가 벌어졌다.

◇ "국내 디지털자산 평가·공시에 문제…투자자 보호 안돼"
이날 '디지털 자산의 미래 - 제대로 된 평가, 투명한 공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최근 디지털 자산 거래소와 평가기관에서 제대로 된 평가나 공시가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 보호에 문제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위믹스 사태 등 대형 악재들이 발생, 디지털 자산시장이 급격한 침체 늪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대부분 디지털자산 평가기관은 전문가가 갖춰야 할 자격 요건이 정립돼 있지 않고,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시정보는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디지털자산 발행기관의 의무로 간주돼야 하지만, 현재 공시 관련 의무조항이나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최소한 3개 이상의 독립적 평가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시체계 수립과 관련해서는 "의무공시제도를 도입, 발행인의 공시 범위 및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여러 거래소의 공시 내용을 통합해 공시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가와 공시시스템 구축에 따른 시장 신뢰 회복과 병행해 선 리스크 진단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법인에 막혀 있는 가상자산 투자 허용도 적극 검토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 정상화 및 신뢰 회복을 통해 디지털자산거래소당 1개 은행이라는 기존 행정지도를 폐지하고, 실명확인서 발급 은행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디지털자산 평가·공시 부재…포괄적 규제체계 마련해야"
◇ 금융당국 "발행·상장·공시 포괄적 규제체계 마련해야"
정부 측 토론자로 나선 안병남 금융감독원 디지털자산연구팀장은 "디지털자산 시장 규율 정립 및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공적 규제를 도입하되,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시장 육성을 위해 필요 최소한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발행과 상장, 공시 전반에 포괄적 규제체계 및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정보 비대칭 및 불공정거래행위 예방·규제를 위해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상장 측면에서 백서 중요내용에 대한 의무공시를 제도화하고, 유통 측면에서는 디지털자산 관련 중요사항 변화에 대해서도 계속 공시 의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복수 거래소 운영, 거래소 간 교차거래 등 디지털자산 시장 특성을 고려해 통합공시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동욱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검사과장은 올해 원화마켓으로 전환하는 코인마켓 사업자의 자금세탁행위(AML) 체계에 대해 우선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현금을 가상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 위험성이 더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원화마켓 사업자에 대해서는 차명, 비정상적 거래 등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부문을 선별해 중점 점검하고, 지난해 검사 결과 지적 사항과 동일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가중제재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평가·공시 부재…포괄적 규제체계 마련해야"
◇ "5대 거래소, 가상자산 경보제 준비 중…상폐 기준도 마련"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주요 5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올해 특정 종목의 가격, 거래량, 입금량 등이 급변동하는 경우 경보 알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가상자산 경보제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올해 해당 종목에 경보 형식의 알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라며 "각 회원사 시스템이 상이해 시간이 걸려 현재 개발 로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닥사는 올해 거래지원(상장)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을 고도화하고, 공통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닥사가 지난해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화폐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을 당시, 각 거래소가 상장·상장폐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차 대표에 따르면 닥사는 거래지원 심사를 할 때 최소 3인 또는 30% 이상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통 심사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회원사가 심사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평가해야 할 항목을 정해서 이행하고 있다.

◇ "NFT 규제하려면, 유형 구분 먼저…정부·자율규제 여부 고민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체불가토큰(NFT) 규제, 가상자산 법인 계좌 발급 허용 등의 현안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인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금융의 융합'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가상자산 법인 계좌 발급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규정에서는 가상자산 법인계좌가 발급되지 않아 법인이 직접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별도 장외거래 사업자를 사용하거나, 법인이 대표자 내지 임직원 명의로 거래를 해야 한다.

정 변호사는 "신고 수리된 가상자산 수탁업체 및 보관업체에 대해서 우선 법인계좌를 발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이들 업체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반 법인이 가상자산의 투기성 매매에 쉽게 노출하는 것은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 평가·공시 부재…포괄적 규제체계 마련해야"
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변호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규제 상황을 소개하며 디지털자산법을 제정할 때 암호자산사업자의 거버넌스 체계, 불공정거래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역외적용 및 감독기관 간 국제협력, 투자자 보호를 위한 준거법과 분쟁해결수단, 관할 등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민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는 대체불가토큰(NFT) 규제에 대해 다양한 NFT 중 어떤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고, 어떠한 NFT가 증권성이 있는지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에서는 가상자산 개념을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어 NFT를 유형별로 달리 취급하려면 하위 법규에서 NFT의 종류와 유형을 먼저 명확히 나눠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이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시중에서 거래되는 NFT를 전수조사해 각각의 유형을 정확하고 배타적으로 구분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FT 유형을 나눈 뒤에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의 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안을 고민해 정책방향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규제가 필요한 영역과 업계 자율규제로 대체될 수 있는 영역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새로운 NFT가 등장할 때 정부는 규제를 적용할지, 자율규제로 대체할지 지속적인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