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중인 팬오션 벌크선 /사진=팬오션
운항 중인 팬오션 벌크선 /사진=팬오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기대를 타고 급등한 해운주 팬오션에 공매도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발틱운임지수(BDI)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진한 해운업황을 고려할 때 주가가 다시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데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17일 팬오션 주가는 전일 대비 3.1% 오른 6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지수가 0.85%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 13일엔 주가가 9% 넘게 올라 같은 날 코스피지수 상승률(0.89%)를 훨씬 웃돌았다. 3거래일 만에 11% 넘게 급등했다.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해운 업황 개선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철광석이나 석탄의 해상물동량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중국의 본격적인 회복이 BDI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며 “최근 발표한 각종 인프라 정책이 올 2분기부터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모든 투자자가 팬오션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뛰자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도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팬오션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30억원이다. 전체 거래대금(209억원)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14%가 넘는다. 지난 13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약 31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358억원)의 8.75%를 차지했다.

팬오션 공매도 거래대금은 주가가 반등을 시작한 13일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2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2억7000만원으로 13일과 14일 공매도 규모의 10%에 미치지 못했다. 올들어 12일까지 하루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억원에 불과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미래보다 당장의 실적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해운업계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3일 BDI는 전 거래일 대비 17.49% 떨어졌다. BDI 지수 집계를 시작한 1985년 이후 사상 최대 일간 낙폭이다. 이후에도 하락을 지속해 12일부터 1000 미만으로 떨어졌다. BDI가 100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건화물선 시장 관련 지표는 부진하다”며 “팬오션이 올해 1분기까지 우울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경우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