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여 기다림 끝에 조문…생전보다 더 평온해보여
[바티칸 르포] 베네딕토 16세 안치된 성베드로 대성전 직접 들어가보니
허리 높이의 관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자신이 짊어진 십자가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으면 그는 스스로 교황직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을까.

교황직 자진 사임 후에도 '명예 교황'으로 불렸던 그는 비로소 그 무거운 십자가를 내려놓고 안식을 찾은 보였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 2일 바티칸 날씨는 하늘마저 안타까워하는 듯 잔뜩 흐렸다.

궂은 날씨에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는 새벽부터 전임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는 신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타원형의 성 베드로 광장을 완전히 한 바퀴 두를 정도로 대기 줄은 길게 이어졌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추모하기 위해 각지에서 온 신자들, 묵주 기도를 함께 선창하는 수도자와 성직자의 무리가 주를 이뤘다.

성 베드로 광장에 입장하기에 앞서 이탈리아 경찰관들은 안전을 위해 모든 추모객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오전 9시 입장이 시작되자 대기 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1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시신이 안치된 성 베드로 대성전에 들어섰다.

조문객들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관광객처럼 행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 듯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 등 일부 예술 작품은 천막에 가려져 있었다.

조문객들은 4∼6줄로 대열을 이뤄 성 베드로 대성전 한가운데에 안치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바티칸 르포] 베네딕토 16세 안치된 성베드로 대성전 직접 들어가보니
직전에서야 한 줄로 좁아져 베네딕토 16세를 조문한 뒤 반대편 통로로 나가는 구조였다.

관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베네딕토 16세는 머리에 모관을 쓰고 전통적인 교황 제의를 입었다.

포개진 손에는 묵주가 감겨 있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 만인 2013년 교황직에서 자진 사임한 뒤 바티칸 내 수도원에서 지내왔다.

평소 슬리퍼를 즐겨 신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대에 누운 그의 발에는 검은색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살짝 보랏빛으로 변한 안색은 차가워 보였지만 그의 표정에 깃든 평온함이 더욱 도드라졌다.

잔뜩 흐린 바깥 날씨와는 달리 그의 시신은 조명 효과로 환하게 빛나며 전임 교황으로서의 권위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추모객은 한 줄씩 앞으로 걸어가며 전 교황에게 경건하게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이들은 관 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성호경을 긋고 바로 돌아서야 했다.

관 근처에 배치된 안내 요원들은 대기하는 조문객을 배려해 오래 지체하지 말 것을 권했다.

많은 추모객은 아쉬운 듯 출구 근처에서 잠깐 떠나지 못하고 머물기도 했다.

출구 쪽에 위치한 작은 경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전 교황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추모를 마치고 나온 한 스위스 수녀는 "누워계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보니 마음이 더 아프다"며 "교황이 하늘에서 지상에 남은 우리를 위해 기도로 중재해주시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묵주기도를 하고 있던 한 인도 신부는 "오늘 아침 7시부터 줄을 섰다"며 "교회의 큰 분이 하늘로 가셔서 슬프지만, 그의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고 말했다.

대성전에서 나오자 대기 줄은 벌써 성 베드로 광장을 두 바퀴 돌 정도로 불어났다.

사흘간의 일반 조문이 끝난 뒤 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주례하는 장례 미사가 거행된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될 예정이다.

[바티칸 르포] 베네딕토 16세 안치된 성베드로 대성전 직접 들어가보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