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나라' 英서도 구두약 대표브랜드 퇴출…"구두 안신어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 운동화 패션 보편화 등 영향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등 사회상의 변화로 정장을 잘 입지 않게 되면서 구두 수요도 줄어 '신사의 나라'로 불리는 영국에서도 대표적인 구두 광택제 브랜드가 퇴출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글로벌 구두 광택제 브랜드로 영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았던 '키위'(KIWI)가 영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1년 이 회사를 인수한 미국의 생활용품업체 SC존슨은 공식 성명에서 "철저한 평가 끝에 영국에서 구두관리제품 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며 "영국 시장에서 키위를 더는 유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때 영국인의 일상 필수품이었던 구두광택제가 과거 시대의 유물로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키위사는 영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고 운동화 차림이 어디서든 일상화하면서 가정에서 구두를 닦는 습관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키위사 대변인은 "영국에서 구두를 닦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캐주얼 신발이 늘어난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키위사는 구두 관리가 여전히 중요한 나라에서 자사 제품을 계속 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런던에서 100년 전통의 신발수선·세탁업체를 대를 이어 운영 중인 데이비드 제임스(62)는 키위의 퇴출을 두고 "시대 변화의 징후"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장에 구두를 신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를 가속화한 측면이 있지만, 사실 이런 추세는 그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운동화를 점점 더 많이 신고, 심지어 직장에 출근할 때도 신는다"며 "우리는 요즘 운동화를 수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위 구두약은 120여개국에서 판매되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브랜드다.

키위사는 1906년 호주인 윌리엄 램지가 창립한 회사로, 뉴질랜드인이었던 아내의 영향으로 키위(뉴질랜드인을 가리키는 별칭)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화에 광택을 내려는 영국·미국 군인들의 수요로 인기가 높아졌다.

키위사의 경쟁업체인 영국 회사 '체리블라썸'은 키위의 철수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체리블라썸의 마케팅 책임자인 나타샤 씰-존스는 "당신의 발걸음에는 항상 빛이 나야 하는 곳이 있다.

취업 면접이든, 결혼식이든, 파티든 반짝반짝하고 깨끗한 구두를 신는 것은 자신감을 준다"며 "그런 필요성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