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화물연대 총파업…"수출·경제에 심각한 피해"
노란봉투법·건설안전특별법 놓고도 노동계-경영계 첨예한 대립

민주노총이 23일부터 화물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요구하며 연이어 가맹조직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함에 따라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총파업을 시작으로 24일 화물연대,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학교 비정규직 노조,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 내달 2일에는 전국철도노조가 연쇄적으로 파업을 시작한다.

파업의 핵심 쟁점들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들 간 입장차가 뚜렷한 데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은 건설현장 등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어서 관련 업계가 우려의 눈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경제 어려운데 물류대란 우려까지"…산업계 '초긴장'
◇ 경영계 "화물연대발(發) 물류대란 닥친다"
정부와 산업계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물류 대란이다.

운송차량이 집단으로 운행을 멈추면 재료 공급 등에 차질이 생겨 시멘트 업계나 건설업계가 직접 타격을 받는다.

일반 화물을 운반하는 유통업계나 물류업계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안전운임은 매년 국토교통부 화물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안전운송 원가에 인건비, 유류비, 부품비 등 적정 이윤을 더해 결정한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이 사실상 화주 이윤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앞서 올 6월 벌였던 총파업을 끝낼 당시 정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무력화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대기업 화주가 요구한 화주 처벌조항 완화 등이 포함된 개악"이라며 "개악안이 통과되면 안전운임제는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행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이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6.2%에 불과한 컨테이너·시멘트 운송 차량으로 한정된다며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정부는 3년간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결과 당초 제도의 목적인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며 일몰 연장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와 위험물 등 다른 품목들은 컨테이너와 시멘트 대비 차주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품목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경영계는 유례없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집단 운송거부로 산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아울러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화물차 안전을 확보할 다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전날 성명을 내 "수출과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고려해 화물연대 측이 즉각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차주·운송업체·화주 간 상생협력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안전운임제가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물류비 급등을 초래하는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제도"라며 "일일 운행시간 제한, 휴게시간 보장, 디지털 운행기록 제출 의무화 등 과학적·실증적 방법으로 화물차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어려운데 물류대란 우려까지"…산업계 '초긴장'
◇ 노란봉투법 vs 불법파업 조장법…노조법 개정안 큰 시각차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3조 개정안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차가 극명히 드러나는 쟁점이다.

민주노총은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87호 협약이 노조법 개정안 취지를 반영한다며 개정안 입법을 파업 이유의 하나로 들고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발의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한 하청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노조의 작업장 불법 점거로 진수작업이 중단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개정안은 폭력이나 파괴로 직접 손해를 입은 경우를 제외하면 노조의 단체교섭·쟁의행위에 대해 사측이 노조나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손배소가 노조와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게 입법 취지다.

경영계는 노조법 개정안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부르며 입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경련,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개정안이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고, 해외 주요국 상황과 비교해도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법안이라며 반박 논리 개발에 주력해 왔다.

경영계는 폭력·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하고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과 재판 청구권 등 헌법상 권리의 침해라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이 노동쟁의 범위를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가 있는 모든 사안으로 확대한 점도 문제라고 경영계는 지적한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등 사측 고유의 경영권 결정 사항까지 노조와 합의 대상으로 삼으면 노동 분쟁이 폭발적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 어려운데 물류대란 우려까지"…산업계 '초긴장'
◇ 건설안전특별법 도입 요구에 "중복처벌 우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의 상당수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도 주요 요구사항의 하나로 꼽았다.

광주 신축아파트 붕괴 참사 등 건설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법적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건안법은 발주자와 설계·시공·감리자 등 모든 건설 주체에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관리 미비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내용이 뼈대다.

2020년 9월 발의됐으나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기존 법률에도 안전관리 미비와 관련한 처벌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건안법이 도입되면 중복 처벌로 기업 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안전관리를 법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은 있으나 혼재된 관계 법령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체들도 각자 안전관리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산안법과 처벌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특별법까지 등장하면 경영상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처벌보다는 업체들의 자율적 활동으로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는 게 사업장 안전 문화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현장에는 산안법, 건설산업진흥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혼재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까지 만들면 법 이행력이 담보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