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길상' 의미 주목한 특별전 '그 겨울의 행복' // 3시
옛 그림 속 고양이·고슴도치의 의미는…일상에서 찾는 '행복'
'검은 점이 입 가장자리에 나 있으면 먹을 복이 있다.

', '신발을 우연히 거꾸로 신으면 출세한다.

'….
일상의 순간순간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별것 아닌 일에도 좋은 의미를 부여했고, 좋은 기운을 가진 물건을 곁에 두고 자주 봤다.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 '길상'(吉祥)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일상에서 좋은 일을 바라며 둔 그림, 병풍, 공예품 등 200여 점을 선보이는 '그 겨울의 행복' 특별전을 이달 16일부터 선보인다고 15일 밝혔다.

전시는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남긴 '행복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관람객들은 먼저 새해를 맞아 걸어뒀던 복조리, 액막이로 사용되는 북어와 실타래 모양의 장식물 등을 마주하게 된다.

모두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본격적인 전시는 옛사람들이 행복으로 여겼던 다섯 가지 즉, 오복(五福)을 다룬다.

옛 그림 속 고양이·고슴도치의 의미는…일상에서 찾는 '행복'
오래 살고,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를 얻고, 건강하고 편안하며, 많은 자손을 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소망은 동물이나 식물, 글자, 기하무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돼 왔다.

동전 형태의 장식품이나 기념주화인 별전(別錢)이 대표적이다.

붉은 매듭 술이 달린 판에 다양한 별전을 색색 비단으로 묶었던 열쇠패는 신혼부부의 '필수품'이었다.

별전에 새긴 박쥐무늬는 복을 상징했고, 복숭아 무늬는 장수를 뜻했다.

복 중에서도 가장 큰 복, 장수를 바라는 마음은 고양이를 그린 그림에서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의 화가인 조지운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전 조지운필 유하묘도'(傳 趙之耘 筆 柳下猫圖)는 장수와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고양이와 한 쌍의 까치를 표현했는데 고양이를 뜻하는 한자 '묘'(猫)와 70세 노인을 일컫는 한자의 중국어 발음이 같아 장수를 의미하게 됐다.

이름을 드높이고 부유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옛 그림 속 고양이·고슴도치의 의미는…일상에서 찾는 '행복'
크고 풍성한 꽃이 돋보이는 모란은 부귀와 풍요를 뜻하며 생활 공간을 장식하는데 자주 쓰였다.

딱딱한 등갑(등껍데기나 등딱지)을 가진 게는 갑등(甲等) 즉, 장원급제를 상징하며 출세하라는 의미를 전하곤 했다.

원숭이 모자가 벌을 보고 놀란 듯한 '봉후도'(封侯圖)의 '봉후'는 관직에 봉해진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자녀가 많길 바라는 마음은 포도, 석류, 오이 등 여러 이미지로 표현돼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하는 '자위부과도'(刺蝟負瓜圖)는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는 모습을 그린 재미난 그림이다.

씨가 많은 오이,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 모두 다산의 상징이다.

탐스러운 포도송이를 표현한 '포도도'(葡萄圖) 역시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

옛 그림 속 고양이·고슴도치의 의미는…일상에서 찾는 '행복'
전시에서는 길상의 의미를 담은 여러 공예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직물에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은 옷이나 각종 노리개, 나전(螺鈿) 기법으로 영롱한 빛을 내는 장식장, 학이나 모란 무늬를 담은 도자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행복을 주제로 한 잡지, 복권, 부적 등 오늘날의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이주홍 학예연구사는 "행복을 추구하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본성"이라며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길상 관련 소장품을 보면서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시각·청각 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저시력자와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점자 안내 책자를 마련했고, 별전은 그 무늬를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특별전에서 이런 준비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박물관 관계자는 전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옛 그림 속 고양이·고슴도치의 의미는…일상에서 찾는 '행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