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권력과 탐욕처럼 높이 치솟은 장대 묘기를 선보이는 귀족들과 타오르는 불을 닮은 개혁가 '브롱크스', 우아한 공중 곡예로 날아오르는 '엔젤'들이 펼치는 곡예는 상상 속 왕국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그려낸다.
서커스 곡예에 음악과 이야기가 더해진 '아트 서커스'의 원조, 태양의서커스의 내한 공연이 11일 기준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가 자체 집계한 관객 수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빅탑에서 공연 중인 태양의서커스 '뉴 알레그리아'에는 지난 10일까지 총 23회 공연에 유료 관객 4만6천여명이 들었다.
2018년 '쿠자' 공연 이후 4년 만에 내한한 태양의서커스의 신작 '뉴 알레그리아'는 1994년 초연한 흥행작 '알레그리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최근 세상을 떠난 연출가 프랑코 드라고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스페인어로 '환희'를 뜻하는 제목처럼 여러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따듯한 희망의 메시지를 서커스 곡예와 음악, 연기로 풀어낸다.
왕이 된 어리석은 광대와 그를 이용해 탐욕을 채우려는 귀족들. 이들이 지키려 하는 낡은 질서에 하층민인 브롱크스와 하늘에서 내려온 엔젤들이 함께 도전한다.
이들은 손을 잡고 무너져가던 왕국에 다시 환희와 희망의 빛을 가져온다.
작품은 각 인물의 성격을 의상과 연기 뿐 아니라 이들이 펼치는 곡예를 통해서도 드러낸다.
화려하지만 낡은 의상을 입은 귀족들은 장대 위에 인간 탑을 쌓으며 끝없이 위로 올라가려고 한다.
강렬한 드럼 소리와 함께 나타난 브롱크스들은 뜨거운 불을 삼키고 텀블링 곡예를 통해 강한 개혁의 의지를 드러낸다.
몽환적인 음악과 조명 속에서 등장한 엔젤들은 수 미터 높이의 공중그네를 타고 자유롭게 날아오르며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코로나19로 인한 긴 공연 중단을 겪고 오랜만에 돌아온 태양의서커스는 탄성을 자아내는 고난도의 곡예와 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아름다운 음악, 연기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서커스단의 면모를 드러낸다.
기존의 '알레그리아'에 없던 2인 공중그네(트라페즈) 곡예 '싱크로나이즈드 트라페즈'부터 몸체보다 큰 원형 바퀴인 '저먼 휠'을 자유자재로 타 넘는 장면 등 공연장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빈틈없이 메우는 다양한 곡예를 선보인다.
우아한 엔젤들이 10m 높이의 공중그네에서 거침없이 몸을 던지면 강인한 브롱크스가 공중에서 이들을 받아내는 '플라잉 트라페즈'는 보는 관객도 숨을 절로 죽이게 만드는 작품의 백미다.
공연은 내년 1월 1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