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서 알아주는 전력분석 대가…야구를 움직이는 염 감독에 매료
"김성근·염경엽 감독님 야구는 다르면서도 통하는 부분 있어" 기대감
프로야구에서 전력분석으로 대성한 김정준(52) SSG 랜더스 데이터센터장이 LG 트윈스 수석코치로 부임한다.

아직 LG와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염경엽 신임 감독이 자신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할 수석코치로 김 센터장을 낙점하고 이를 공식화한 만큼 직책을 이젠 LG 수석코치로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8일은 김 코치의 야구 인생에서도 무척 특별한 날이었다.

SSG가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일구면서 김 코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SSG 구단에 LG로의 이적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김 전 코치는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전 감독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충암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해 내야수로 뛴 김 코치는 1992년 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43(14타수 2안타)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현역을 접었다.

이후 LG의 제안으로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해 독자적인 아우라를 구축했다.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라는 특유의 필살기를 살려 야구계에서는 진작에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해 평소 갈고 닦은 내공을 직접 야구팬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 코치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수석코치를 맡게 된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에만 있는 수석 코치란 보직은 말 그대로 감독 바로 밑이며, 여러 코치 중에서도 으뜸으로 대우받는다.

데이터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전력 분석원에서 전문 코치로 영역을 넓힌 김 코치는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 2010∼2011년 코디네이션 코치, 타격 코치를 지냈고, 한화 이글스에서는 2015∼2017년 전력 분석코치, 수비 보조 코치로 활동했다.

아버지가 맡았던 팀에서 아들도 함께 힘을 보탰다.

수석 코치 타이틀은 이번에 LG에서 처음으로 단다.

김 코치는 "염 감독님이 1년 전에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하셨다"며 "여러 사정으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최근 LG 감독으로 선임된 뒤 전화로 내게 '준비하라'라고 하시더라"라고 뒷얘기를 풀었다.

그러면서 "이게 진짜 현실로 이뤄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 소회를 전하고선 "한국시리즈를 치르느라 깊은 얘기는 나누지 못했지만, 곧 염 감독님을 찾아뵙고 제게 원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할 참"이라고 했다.

김 코치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와 SK를 이끈 염 감독의 야구를 보면서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염 감독 특유의 세밀한 경기 준비 과정에 감명을 받은 듯했다.

김 코치는 "가령 시즌 시작 전 감독님들이 올해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데, 옆에서 볼 땐 조금 어렵겠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고 일화를 들고서는 "그러나 염 감독님이 제시하는 수치를 보면, 산출 과정(프로세스)을 생각할 때 '재미있겠다'라는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의 디테일에서 공통점을 찾은 김 코치는 해설위원 시절 자주 염 감독과 야구로 대화하며 친분을 이어왔다.

김 코치는 꼭 김성근 전 감독을 거론할 땐 아버지라고 하지 않고 꼭 '김성근 감독님'이라고 한다.

엄하고 무서워서, 안 친해서가 아니라 그저 김 코치의 몸에 밴 버릇이다.

그는 "김성근 감독님과 염 감독님의 야구는 다르면서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특히 "염 감독님에겐 야구단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호평했다.

면밀한 전략과 정확한 선수 파악을 기초로 염 감독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알며 그런 감독이 별로 없다는 게 프로야구판에서 30년 밥을 먹어 온 김 코치의 평가다.

김 코치는 감독과 선수들을 잇는 가교에 가까운 전통적인 수석코치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보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제가 LG의 수석코치로 간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팬들의 반응은 대부분 '의외'라는 것 같았다"며 "아마도 제 성격과 이력이 그런 의외성을 느끼게 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보다 (프로에서) 훨씬 야구를 잘하셨던 코치분들이 선수들의 기술을 지도하는 게 맞는다"면서 "저는 특기를 잘 살려 감독님과 게임 플랜을 잘 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와 야구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을 수석코치로 쓰겠다"던 염 감독의 입맛에 딱 맞는 적임자가 바로 김 코치였던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