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규제 개선방안…2026년까지 3D 활용한 '디지털규제시스템' 구축
최응천 청장 "문화재 보존 원칙 지키면서도 불필요한 규제 과감히 풀 것"
정부가 1천600여 건의 문화재를 기준으로 설정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다시 검토해 규제 범위를 조정한다.

문화재청은 9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행위 규제 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문화재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지정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정하는 구역으로, 문화재의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서 시·도지사가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이를 조례로 정하도록 한다.

그러나 일부 문화재는 용도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500m로 범위가 지정돼 있고 해당 구역 내 건축 행위 등 대부분이 개별적으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광역 시·도 조례에 근거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주거·상업·공업지역은 200m, 녹지지역 등은 500m(일부 시·도 지정문화재의 경우 300m)로 범위가 지정돼 있는데 문화재별로 설정 범위를 확인해 이를 조정하거나 축소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산 북구 구포동 당숲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가 일률적으로 500m로 돼 있으나 부산시 조례에 근거해 조정하면 규제 범위가 최대 59% 줄어들 수 있다.

이종훈 문화재청 보존정책과장은 "어떤 규제를 없애거나 새로 바꾸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시·도 조례에 맞게 제도를 운용하도록 해 규제의 총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2025년까지 총 1천665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규제구역 내에서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했던 개별 심의구역은 최소화하고, 각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율권을 늘려 규제 강도를 줄여나갈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디지털규제시스템을 구축해 규제로 인한 비용·기간 또한 단축해나갈 계획이다.

여러 데이터와 기록이 축적한 플랫폼에서 규제 결과를 3차원(3D) 모형으로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2026년까지 마련하고, 지표조사나 각종 협의·검토 등을 일원화하는 '원스톱' 체계를 만든다.

문화재 규제 관련 '신속 확인 전담반'도 구성한다.

그간 민원이 잇따랐던 매장문화재 관련 규제나 각종 절차 등은 개선된다.

현재 3만㎡ 이상 규모로 개발 사업을 하려 하면 자비로 지표 조사를 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매장문화재 분포지도'를 활용해 지자체가 발굴조사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매장문화재 분포지도는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우선 작업 중이다.

전 국토의 20%에 해당하는 범위로, 약 490억 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지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도가 완성되면 개발사업 착수 전 지표조사 절차가 40∼50일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청은 고도(古都)와 민속마을 등 문화재 지역 주민의 생활 여건도 개선할 계획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양동마을을 비롯한 8개 민속마을에 대해서는 취락 형태, 건축 유형 등 특성을 반영한 정비 기준을 마련하고 노후한 생활기반 시설을 바꿔 나간다.

아울러 경주, 공주 등 고도 지역 주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 대상을 기존 한옥 건물에서 근·현대 건축물까지 늘릴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치가 국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문화재 보호의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최응천 청장은 지난 4일 열린 사전 설명회에서 "240여 건의 규제를 가진 기관이 문화재청"이라며 "보존 정책에 대한 기본 원칙은 준수하되, 정말 과도하거나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 것"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은 규제 완화로 자칫 '김포 장릉 사태'가 재현할 수 있지 않냐는 지적에는 "장릉 사태는 유구무언"이라면서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