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추산 '부동산 그림자금융' 449조→842.3조원
"부동산 PF 익스포저 늘린 2금융권, 시장 변동성에 취약"
비은행 금융권 부동산 잠재위험 규모, 4년만에 2배로 커졌다
우리나라 비은행권 '그림자 금융' 규모가 4년 만에 2배로 늘어나면서 잠재 위험이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비은행권 연쇄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국내 비은행권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842조3천억원으로 지난 2018년 말(449조원)보다 87.3% 급증했다.

연구원은 주요 20개국(G20)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신용 중개(비은행 금융중개)에 관여하는 기관·활동 중 시스템 리스크나 규제 차익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비은행권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부동산 그림자 금융'으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비은행권의 ▲ 부동산펀드 설정액 ▲ 특별자산펀드 설정액 ▲ 전업 부동산신탁사 수탁액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 부동산 PF 유동화 증권 ▲ 부동산 PF 채무보증 등이 포함된다.

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018년 78조7천억원에서 지난 9월 말 138조2천억원으로 75.6% 늘었다.

특별자산펀드 설정액도 같은 기간 71조3천억원에서 129조8천억원으로 82.1% 증가했다.

전업 부동산신탁사 수탁액은 지난 2018년 206조8천억원에서 지난 8월 386조2천억원으로 86.8% 늘었다.

비은행 금융권 부동산 잠재위험 규모, 4년만에 2배로 커졌다
PF대출 관련 익스포저도 확대됐다.

보험사, 여전사, 저축은행,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2018년 42조3천억원에서 지난 6월 말 84조원으로 두 배 수준으로 붙어났다.

부동산PF 유동화증권은 같은 기간 24조3천억원에서 40조원으로 64.6% 증가했으며, 부동산PF 채무보증 규모는 24조6천억원에서 62조8천억원으로 2.5배로 커졌다.

연구원은 보험사, 여전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PF 관련 익스포저를 늘려 조달금리 상승과 미분양 등 부동산시장 침체에 잠재적 부실화 위험에 직접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림자 금융 규모 전체가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굉장히 빨리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리스크(위험) 요인"이라며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주택보다 레버리지(차입) 비율이 높고 경기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큰 데다 가격이 하락하면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업황 침체 시 사업장 부실에 따른 연쇄 부도, 간접 투자상품의 환매 압박과 만기 차환 실패 등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연구원은 "시행사, 건설사, 건설하청업자 등과 과도한 PF대출·채무보증에 나선 제2금융권의 연쇄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사업장별로 다각도의 부실 평가·자금조달계획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권안정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긴급유동성 공급 채널을 더 확보하고 부동산 개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지나친 부채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장리츠 등 민간 투자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