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끓는 주전자, 창문을 여는 소리, 놀이터의 아이들 웃음 등 생활 소음에서부터 축구장 함성, 시끌벅적한 워터파크 물놀이 소리 모두가 생명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영화 '데시벨'은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사운드 테러 액션'을 표방한 작품이다.
테러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 분)은 이유도 모른 채 다가오는 테러를 막기 위해 도심 한복판을 질주한다.
소음 반응 폭탄의 설계자이자 멘사 출신 해군 대위(이종석)는 전직 부함장을 조롱하듯 다음 테러를 예고하며 실행에 옮긴다.
배경조차 알 길 없는 둘의 대결은 끝 모를 종착역을 향해 달려간다.
주변 소음으로 인해 일정 이상 데시벨(dB·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이 올라가면 시한폭탄의 남은 시간이 절반으로 줄거나 바로 폭발해버린다는 영화적 상상력은 참신함에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째깍째깍 가는 시간은 초조함을 유발하고, 피하고만 싶었던 '제로 타임'에 결국 터져버리는 폭탄은 끔찍함을 안기기도 한다.
영화는 소재를 넘어 액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선 김래원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서 '카체이싱'은 물론 고층에서 뛰어내리는 장면과 격투씬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김래원은 7일 시사회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험한 장면, 사고 장면들은 CG(컴퓨터그래픽)나 대역분이 하기로 감독님하고 얘기를 했으나 현장에서는 영화 완성도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렇게 욕심을 내다보니 제가 다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능청스러운 연기로 이름을 알려온 정상훈은 극 중 '특종 기자'역을 맡아 김래원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카체이싱 등 다양한 액션 연기에 함께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차은우도 주목할만하다.
그는 잠수함 선내에서 '영화 신인' 답지 않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차은우에게 첫 영화, 첫 시사회에 참석한 소감을 묻자 "설레면서 긴장이 동시에 된다"면서 "(시사회를) 재미있게 본 것 같고 슬퍼서 몇 번 울기도 했는데, 지금, 이 순간 자체가 뜻깊은 거 같다"고 밝게 웃었다.
작품 연출을 맡은 황인호 감독은 화려한 출연진과 함께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된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황 감독은 "정말 환상적인 라인업이다.
이분들(배우들) 한 개인 개인이 한 영화를 책임져도 될 분들"이라며 "오랫동안 영화를 못 찍었는데, 이러려고 이 영화를 찍은 거 같다.
꿈만 같았다"고 반겼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작품 '데시벨'은 급박한 테러의 위협 속에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만 비슷한 대결 구도가 반복되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부치는듯한 인상을 준다.
단 한 사람의 계획으로 도심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살상 폭탄이 터지고, 축구장과 놀이터 등이 아수라장이 되는 설정도 현실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