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집단폭행' 피해 조계종 해고 종무원 내달 복직한다

'부당해고' 9개월 만에 결정…신임 총무원장 진우스님, 종단화합 조치 분석

서울 강남의 봉은사 앞에서 원직 복직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다 승려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던 조계종 해고 종무원 박정규 씨가 약 9개월 만에 직장인 조계종으로 돌아가게 됐다.

25일 조계종 총무원과 노조에 따르면 총무원은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작년 11월 해임했던 박 씨를 오는 11월 1일 자로 원직 복직시키기로 했다.

종단의 복직 조치는 지난 5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이달 초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박씨 해임이 부당 해고라는 판단을 내놓은 뒤 나온 것이다.

종단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씨는 작년 11월 불교계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자승 전 총무원장이 주도했던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걷기쇼'로 비판했다.

또 순례 목적이 종단 최고지도자인 종정을 새로 뽑을 때 실권이 없는 유명무실한 인사를 앉히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계종은 "공개적으로 종단의 종정과 총무원장 스님을 아무런 근거 없이 비하하고 조롱했다"며 박씨를 징계위에 회부해 해임했다.

박씨 복직 조치는 사전 예고없이 이뤄졌다.

종단은 참회나 반성문 작성 등 복직을 위한 별도 조건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단 안팎에서는 박씨 복직을 두고 지난달 신임 총무원장에 취임한 진우스님의 결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초 종단 화합 조치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박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총무원장 스님이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 조건없는 복직을 결단한 것을 환영한다"며 "그간 해고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분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도록 하겠다"고 복직 소감을 밝혔다.

박씨는 2018년 노조가 없던 조계종에 노조를 만들고,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그는 2019년 노조 차원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의 '감로수'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심원섭 노조 지부장 등 2명은 해임됐고, 박씨 등 노조 간부 2명은 정직 조치됐다.

하지만 1심 법원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조계종의 징계 조치를 무효로 봤다.

박씨는 두 번째 징계인 해임을 당한 뒤로는 서울 조계사, 봉은사 앞에서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 8월 14일에는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승려 2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