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오영훈 제주지사 "활용 가능" vs. 원희룡 국토장관 "불가"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을 위해 민간 비행장인 '정석 비행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석비행장, 제주공항 확충 구원투수 될까…활용안 재부상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정석비행장은 대한항공 소유 민간 비행장으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해발고도 351m에 있다.

정석비행장에는 길이 2천300m, 폭 45m의 활주로 1본 및 길이 1천500m, 폭 25m의 활주로 1본 등 총 2본의 교차 활주로가 있다.

이 중 길이 2천300m 활주로는 중대형 여객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실제 정석비행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제주에서 열린 중국과 브라질 경기 관중 수송을 위해 임시로 공항시설로 활용되기도 했다.

또 2009년 제주를 찾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을 태운 항공편이 이 곳에 착륙했다.

하지만 과거 활용 사례에도 정석비행장은 일찌감치 제2공항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2015년 국토교통부의 의뢰로 항공대와 국토연구원, 유신이 실시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검토'에서 제주공항과 공역이 겹치는 문제가 제기돼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공역은 관제 및 계기 비행을 하기 위한 구역을 말한다.

또 계기 비행에 방해가 되는 오름이 주변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실제 공항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오름을 깎을 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석비행장이 제2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으로 처음 거론된 것은 지난해 6월께다.

현 제주지사인 당시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제주시을)이 공항 인프라 포화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석비행장 활용론을 꺼내들었다.

정석비행장, 제주공항 확충 구원투수 될까…활용안 재부상
그러나 제2공항 찬성 단체들이 정석비행장으로 후보지를 옮기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자 정석비행장 활용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 21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도 대상 국감에서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북 증평·진평·음성)은 "제2공항 후보지로는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일부 있었지만, 대합실만 추가 설치한다면 정석비행장도 제2공항 건설 전까지 어느 정도 활용도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오 지사는 정석비행장을 활용했던 사례를 거론하면서 "현재 제주공항 시설을 확충하기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제2공항 외에)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공항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날 국회에서 진행된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제주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제주공항과 공역이 겹치고, 많은 안개일수와 오름을 깎아야 해 후보지 중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다"며 "숨골(제주 땅 속으로 난 작은 구멍)도 (훼손해선) 안된다고 하는데 오름을 깎아서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