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기준 잔액 31조원…작년 동월보다 13조원 이상 늘어
여전히 일부 주담대·기업대출 기준금리로 사용돼…펀드 편입 수요도↑
양도성예금증서(CD) 부활? 금리인상·규제완화에 발행 급증
한때 시장에서 외면받던 은행권 양도성 예금증서(Certificate of Deposit·CD)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CD 발행을 독려하는 데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투자 수요 또한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CD 평균잔액은 31조3천912억원으로 작년 말(25조8천181억원)과 비교하면 5조5천731억원 늘어났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18조7천959억원) 대비로는 12조5천953억원 급증했다.

양도성 예금증서(CD)는 은행이 양도 가능한 권리까지 부여해 발행하는 증서다.

일반적으로 은행이 채권처럼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다.

CD는 정기예금증서와 달리 만기 전에 다른 투자자에게 팔 수 있고, 무기명 상품이어서 계좌추적이 어려워 한때는 뇌물 목적이나 자금 돈세탁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2000년대 금융권에서 CD, 이 중에서도 91일(3개월물)짜리는 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등의 금리 산정 기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9년 11월(100조1천617억원) CD 평균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대출 기준이 되는 CD 고시금리가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데다, 2012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이 CD 금리를 담합해 주택담보대출 이자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조사하면서 발행이 급감했다.

4년여간 계속된 공정위 조사는 증거가 불충분해 2016년 사실상 무혐의로 끝이 났지만 이미 주담대 기준금리 역할은 2010년 도입된 코픽스(COFIX)로 넘어간 뒤였다.

이로 인해 시중의 CD 평균잔액은 2020년 9월에는 9조6천846억원까지 줄었다.

양도성예금증서(CD) 부활? 금리인상·규제완화에 발행 급증
몇 년간 찬 바람이 불면서 CD 발행이 급감하자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은행권 CD 발행을 유도하는 방향의 정책을 내놨다.

은행이 여전히 과거에 CD 금리를 기준으로 한 주담대를 가지고 있는 데다, 일부 기업 대출 상품도 CD 금리에 연동된 상황에서 CD 발행 규모가 줄면서 제대로 된 금리 산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2018년 은행업 감독규정을 변경, 예대율 산정 시 원화시장성 CD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을 뜻하며 은행은 예대율 100% 이하를 지켜야 한다.

이런 규정 변경 이후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CD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만기 20년, 30년짜리 주담대를 받은 분 중에는 여전히 CD 금리에 연동돼 이자를 내는 이들이 있다"면서 "코픽스와 달리 CD 금리가 제대로 산정되지 않으면 이들 차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각종 금융상품 수신금리가 상승하면서 CD 투자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다.

통상 은행이 CD를 발행하면 증권사에서 상품 호가를 받아 유통을 한다.

자산운용사들은 채권혼합형 펀드 등에 포함할 안정적인 단기물이 필요한데,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 고금리를 제공하는 CD 인기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3개월물 CD 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3.81%로 전년 말(1.29%)과 비교하면 3배가량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 CD 발행이 많을 때 일종의 시장금리 역할을 하는 전성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 금리가 많이 생겼다"며 "다만 CD 역시 시장 금리를 따라가는데, 최근 예·적금 금리 인상으로 자금이 몰리듯 CD 발행 역시 금리 상승으로 인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