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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위믹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유효주(25)는 2024년까지 시드 걱정을 덜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유효주는 누구보다 시드전을 많이 치렀기 때문이다.
2015년 첫 시드전에 응시해 낙방했던 유효주는 이듬해는 합격의 영광을 안아 2017년 KLPGA투어에 데뷔, 상금랭킹 54위로 2018년 시드를 지켰다.
하지만 2018년 KLPGA투어 2년 차를 상금랭킹 91위로 마친 유효주는 다시 시드전을 치러야 했고, 시드전 응시는 작년까지 4년 연속 이어졌다.
유효주는 "KLPGA투어 시드전이 열리는 전남 무안 컨트리클럽 코스를 너무나 잘 안다"고 말했다.
"시드전은 누구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다.
거기는 공기부터 우울하고 삭막하다"는 유효주는 올해도 시드전 출전이 거의 확실했다.
상금랭킹이 87위까지 밀려 60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치러야 할 시드전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연습 라운드 예약까지 해놨다.
유효주의 반등은 "이왕 시드전을 가게 됐으니 남은 대회는 즐겁게 치자"고 마음을 내려놓으면서 비롯됐다.
"2년 동안 드림 투어에서 뛰면서 내가 KLPGA투어에서 왜 그렇게 쫓기면서 경기했나 싶었다"는 유효주는 "맛난 음식도 먹고 재미있게 다니자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성적이 바닥을 헤매자 마음은 조급해졌다.
유효주는 "아예 시드전을 가자고 각오했더니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이번 대회는 아무 압박감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 골프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는 유효주는 "나를 다시 일으킨 건 가족의 응원과 격려"라고 밝혔다.
유효주가 프로 골프 선수가 된 뒤부터 하던 사업을 접고 캐디로 나선 아버지 유광수(59) 씨가 가장 큰 힘이 됐다.
유효주는 "첫 우승은 아버지와 꼭 함께하겠단 약속을 지켰다.
아버지가 싫다고 하실 때까지 캐디를 맡기고 싶다"면서 "맨날 코스에서 아버지와 다투기만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한 번도 안 싸웠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코스에서도 아버지 유씨의 역할이 컸다.
유효주는 "리더보드를 보지 않다가, 16번 홀 버디하고 어렴풋이 선두권이란 걸 알았다.
18번 홀 두 번째 샷을 치기 전에 아버지가 '네가 공동선두다.
잘 생각해라'고 말씀하셨다"고 공개했다.
18번 홀(파5)은 티샷을 잘 쳐놓으면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지만, 그린 앞에 연못이 버티고 있다.
유효주는 "끊어갈까도 생각했는데 거리도 180m밖에 안 남았고, 돌아가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린 오른쪽을 노리고 과감하게 공략했다"고 말했다.
그린에 볼이 올라가지 않아도 그린 옆에서 칩인 이글까지 노릴 수 있는 위치를 겨냥한 유효주의 페어웨이 우드 샷은 그린 옆에 안착해 쉽게 버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103차례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했지만, 톱10 입상은 딱 두 번뿐이었던 유효주는 그동안 고질이던 티샷 불안을 치료하면서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원래 아이언을 잘 쳤는데 티샷이 불안하니 아이언도 흐트러졌다"는 유효주는 "최근 김하늘 선배의 동생인 김대원 코치의 지도를 받아 티샷이 똑바로 간다.
덩달아 아이언도 다시 좋아졌고 퍼팅도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회에 앞서 '너무 급하게, 세게 친다.
힘을 빼라'는 김 코치의 조언도 약이 됐다고 유효주는 덧붙였다.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을 찾았다"는 유효주는 "남은 3개 대회는 자신 있게 치겠다"면서 "2, 3승을 넘어 몸 관리를 잘해서 홍란 선배처럼 오래오래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유효주는 2라운드를 끝내고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우승 인터뷰 연습을 할까 했다가 '에잇, 김칫국부터 마시지는 말자'며 결국 인터뷰 연습은 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할 걸 그랬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