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비상] ③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닮았다…"현금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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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까지 PF 만기 90조원 육박"
"금리 인상 지속…'돈맥경화'속 위기, 내년 말께 고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기에 들어가면서 곳곳에서 위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자금시장이 위축돼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23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 건설·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 초기와 비슷해 내년 말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금리 인상, 자산 가격 하락, 자금시장 급랭, 기업·가계·금융기관 자금난, 실물경제 위축 등의 악순환에 대비하라는 조언이 잇따른다.
◇ 글로벌 금융위기, 저금리 금융기관·가계 탐욕 '합작품'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8년 9월 세계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본격화했다.
2000년대 초저금리 장기화, 금융공학 발달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급증, 금융기관 수익 확대, 개인(가계)의 과도한 '빚투자'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신용도가 낮은 고금리의 서브프라임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을 1조 달러 이상 팔아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렸다.
주택가격이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자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과 가계, 기업들이 줄줄이 위기에 빠졌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년 1개월간 기준금리를 연 5.25%까지 4.25%포인트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가파른 금리 인상에 변동금리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연체율이 높아졌다"며 "대출과 관련 파생상품이 연쇄 부실에 빠져 금융시장에 신용경색 현상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 주식·부동산 거품 붕괴…자금시장 경색에 도산 도미노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에서 부동산과 주가 하락, 소비 위축, 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져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됐다.
투자자금 회수로 미국 달러화가 급등했고 각국 증시는 2007∼2008년 평균 50% 이상 급락했다.
아이슬란드 등 10여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수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고 AIG, 씨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자금을 수혈받았다.
우리나라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2008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40% 이상 폭락했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금호아시아나, STX, 웅진, 동양 등 대기업 그룹이 해체되고 해운 등 다수 기업이 쓰러졌다.
2008년 7월 말 시공 능력평가 순위 100대 건설사 중에서 5년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을 겪은 곳이 절반에 이른다.
재계의 한 임원은 "기업과 가계가 위기를 예상하지 못한 채 과도한 차입을 통해 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 투자 등에 나섰다가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 "약세장 속 돈맥경화, 금융위기 초입과 비슷…내년 말 고비"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주식과 부동산가격은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작년 최고가 대비 33% 하락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1,430원으로 1년 새 20%가량 뛰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632%로 2011년 3월 8일(연 4.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7% 떨어져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국내에서 고조된 위기의식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부동산시장에서 불거졌다.
초저금리에 급증한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것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1천59조5천억원에 이른다.
나이스(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 보강한 만기도래 PF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는 연말까지 32조3천908억원, 내년 상반기까지 57조3천759억원 등 90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차환 발행에 실패하거나 자금을 못 구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2008년처럼 사업 중단, 도산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례로 증권사들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PF 차환 발행을 위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시공사업단이 보증 사업비 7천억원을 떠안게 됐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상승 등으로 투자심리가 식었고 강원도 지급보증 불이행과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단기자금시장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은 현금 확보에 나섰고 은행들은 자금조달에 애쓰고 있다"며 "부동산 PF 보증이 많은 증권사도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성기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1실장은 "시장은 발행시장 유동성 위기가 각사의 신용위험으로 전이될까 우려한다"며 "어려움이 장기화하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위기 때 고금리로 인한 고통은 9개월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15개월가량 지나 리먼 사태가 터졌다"며 "현재 시장은 2007년 하반기와 비슷한 위기 초입에 있어 연말·연초 제2 금융권과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기준금리가 연 4.75∼5.00%로 오른다면 위기의 절정은 내년 하반기에 올 수 있다"며 "개인과 기업은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정부는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금리 인상 지속…'돈맥경화'속 위기, 내년 말께 고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기에 들어가면서 곳곳에서 위기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자금시장이 위축돼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23일 금융권과 금융투자업계, 건설·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사태 초기와 비슷해 내년 말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금리 인상, 자산 가격 하락, 자금시장 급랭, 기업·가계·금융기관 자금난, 실물경제 위축 등의 악순환에 대비하라는 조언이 잇따른다.
◇ 글로벌 금융위기, 저금리 금융기관·가계 탐욕 '합작품'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8년 9월 세계 4대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본격화했다.
2000년대 초저금리 장기화, 금융공학 발달에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급증, 금융기관 수익 확대, 개인(가계)의 과도한 '빚투자'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신용도가 낮은 고금리의 서브프라임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을 1조 달러 이상 팔아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렸다.
주택가격이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자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과 가계, 기업들이 줄줄이 위기에 빠졌다.
당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년 1개월간 기준금리를 연 5.25%까지 4.25%포인트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가파른 금리 인상에 변동금리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연체율이 높아졌다"며 "대출과 관련 파생상품이 연쇄 부실에 빠져 금융시장에 신용경색 현상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 주식·부동산 거품 붕괴…자금시장 경색에 도산 도미노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에서 부동산과 주가 하락, 소비 위축, 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져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됐다.
투자자금 회수로 미국 달러화가 급등했고 각국 증시는 2007∼2008년 평균 50% 이상 급락했다.
아이슬란드 등 10여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수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고 AIG, 씨티,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이 자금을 수혈받았다.
우리나라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2008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40% 이상 폭락했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금호아시아나, STX, 웅진, 동양 등 대기업 그룹이 해체되고 해운 등 다수 기업이 쓰러졌다.
2008년 7월 말 시공 능력평가 순위 100대 건설사 중에서 5년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을 겪은 곳이 절반에 이른다.
재계의 한 임원은 "기업과 가계가 위기를 예상하지 못한 채 과도한 차입을 통해 사업 확대와 인수·합병(M&A), 투자 등에 나섰다가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 "약세장 속 돈맥경화, 금융위기 초입과 비슷…내년 말 고비"
전문가들은 현재 금융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주식과 부동산가격은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작년 최고가 대비 33% 하락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은 1,430원으로 1년 새 20%가량 뛰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632%로 2011년 3월 8일(연 4.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7% 떨어져 10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국내에서 고조된 위기의식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부동산시장에서 불거졌다.
초저금리에 급증한 가계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것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1천59조5천억원에 이른다.
나이스(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 보강한 만기도래 PF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는 연말까지 32조3천908억원, 내년 상반기까지 57조3천759억원 등 90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차환 발행에 실패하거나 자금을 못 구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2008년처럼 사업 중단, 도산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례로 증권사들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PF 차환 발행을 위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시공사업단이 보증 사업비 7천억원을 떠안게 됐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과 환율 상승 등으로 투자심리가 식었고 강원도 지급보증 불이행과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단기자금시장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은 현금 확보에 나섰고 은행들은 자금조달에 애쓰고 있다"며 "부동산 PF 보증이 많은 증권사도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으로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성기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1실장은 "시장은 발행시장 유동성 위기가 각사의 신용위험으로 전이될까 우려한다"며 "어려움이 장기화하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위기 때 고금리로 인한 고통은 9개월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15개월가량 지나 리먼 사태가 터졌다"며 "현재 시장은 2007년 하반기와 비슷한 위기 초입에 있어 연말·연초 제2 금융권과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기준금리가 연 4.75∼5.00%로 오른다면 위기의 절정은 내년 하반기에 올 수 있다"며 "개인과 기업은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정부는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