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대 아이패드/사진=애플
10세대 아이패드/사진=애플
"아이패드 가격만 해도 67만원인데 7년 전 나온 애플펜슬을 14만원이나 줘야 해요. 이거 애들 교육용으로 쓰던 보급형 아니었나요?"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10세대 아이패드를 사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는 "딸아이 선물로 주려고 기다렸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터무니없다. 모두 80만원 넘는 돈을 들여 사느니 올해 초 나온 5세대 아이패드 에어를 사는 게 낫겠다"고 푸념했다.

애플의 신작 10세대 아이패드가 정식 출시하기도 전에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킹달러 영향으로 전작보다 가격이 50% 넘게 뛰었지만, 정작 애플펜슬은 7년 전에 출시된 1세대 모델이 적용됐다. 구형 펜슬을 위해 어댑터도 따로 구매해야 하는 실정이다.

비싼 가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에도 '급 나누기' 전략을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출시를 앞둔 10세대 아이패드(64기가) 국내 판매가를 67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1년 전 출시된 9세대(44만9000원)보다 23만원이나 올랐다. 고환율 영향이다.

전면 홈버튼이 사라졌고 상단 버튼에 '터치ID'가 생겼다. 애플이 고집하던 라이트닝 포트(충전단자) 대신 USB-C 포트가 탑재됐다. 'A14 바이오닉' 칩 탑재로 전작 대비 CPU 성능은 20%, 그래픽 성능은 10% 향상됐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구형 애플펜슬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초 애플이 10세대 아이패드 출시에 맞춰 3세대 애플펜슬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1세대 펜슬은 2015년, 2세대가 2018년에 출시됐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하게 애플은 2022년형 아이패드에 7년 전 출시한 1세대 애플펜슬을 적용했다.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애플스토어 잠실점을 찾은 시민들이 애플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잠실점은 전날인 24일에 오픈한 국내 4호 애플스토어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애플스토어 잠실점을 찾은 시민들이 애플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잠실점은 전날인 24일에 오픈한 국내 4호 애플스토어다. /사진=연합뉴스
1세대 애플펜슬은 펜슬 끝에 내장된 USB캡을 아이패드의 라이트닝 포트에 꽂아야만 충전할 수 있다. 라이트닝 포트 대신 USB-C 포트를 탑재한 10세대 아이패드에 충전하려면 어댑터가 필요하다. 7년 전 나온 구형 모델을 14만9000원이나 주고 사는데, 어댑터(1만2000원)도 따로 사야 하는 셈이다.

만약 2세대 애플펜슬(19만5000원)이 적용됐다면 어댑터 없이 펜슬을 쓸 수 있다. 2세대 펜슬은 아이패드에 자석식으로 부착되고 무선으로 충전된다. 다만 10세대 아이패드와 호환되지는 않는다. 2세대 펜슬을 갖고 있다 해도 새 아이패드와 함께 쓸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아이패드 신작 출시를 기다려온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국내 최대 아이폰 사용자 커뮤니티 '아사모'에는 "남아있는 1세대 펜슬 재고떨이가 의심된다", "값을 올렸으면 2세대 펜슬은 지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비판글들이 올라왔다.

일각에선 애플이 아이패드에도 '급 나누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급형 모델에 디자인·성능 개선을 집중해 기본형과 '급'을 나눠 고급형 판매를 촉진하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급 나누기를 통해 아이폰 판매에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새 아이패드에 1세대 펜슬을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며 "기존 제품에 대한 호환성이나 이용자들의 취향, 선호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