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잡상인'의 변신…혁신은 머리가 아닌 맨발에 있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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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푸드테크 업계에 대규모 투자유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식자재 유통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만드는 스타트업 마켓보로가 CJ프레이웨이로부터 403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입니다. 시리즈C 라운드를 넘어서며 시장에 안착한 베테랑 창업가 임사성 마켓보로 대표는 창업 초기를 “다시 하라면 못할 정도”라고 회고합니다. 15년간 6번의 창업을 경험한 그가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온 마켓보로의 초창기 풍경엔 ‘피‧땀‧눈물’ 없이 탄생하는 스타트업은 없다는 교훈이 녹아있습니다.
가락시장 출근을 결정했다. 3년 전인 2019년 가을 ‘마켓봄’이라는 앱을 출시하면서다. 거래 규모가 엄청난데 아직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분야가 식자재 시장이었다. 디지털로 혁신하겠다는 게 꿈이었다. 앱의 완성도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식자재 시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이 앱을 쓰도록 만드는 게 진짜 과제였다. 그러려면 시장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가락시장 경매는 저녁 8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새벽 1~2시까지 이어진다. 경매가 끝나면 물건을 낙찰 받은 도매상들이 각자의 가게로 돌아온다. 이때가 우리 팀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나를 포함한 7명의 영업팀은 우선 상인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상인들은 “안 사요, 안 사. 그냥 간이 영수증 쓸래.”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안 되는 점포가 많았고, 상인들은 낡은 전산 프로그램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간이 영수증을 쓰겠다는 분도 많았다. 경리 업무 담당자들은 우리 서비스 때문에 자신들의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며 경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매시장도 불황이었다.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인 환경이 없었다.
무조건 한 도매상을 4~5번씩 찾아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캔커피를 드리고 경매 받은 물건이 들어오면 짐도 함께 날랐다. 인터넷 연결 공사를 해줬고 컴퓨터 사용 방법도 알려줬다.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면서 이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도 더 알 수 있었다. 시장 안에 고객센터를 개설해 컴퓨터를 다루고 앱을 쓰는 교육도 진행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쯤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앱을 써 본 경리 담당 직원들이 업무량과 오류가 확 줄어든다며 경계를 풀었다. 점포 사장님들은 사무실이 아닌 경매 현장이나 물건을 쌓아 놓은 점포에서 태블릿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좋아했다. 간이 영수증을 쓴다는 분에게는 터치로 작동할 수 있는 모니터를 드렸다. 한 분 두 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들은 거칠어 보여도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다. 서비스를 써 본 도매상들은 자발적으로 다른 도매상들에게 앱을 열심히 소개해 주셨다.
2년을 그렇게 새벽 시장을 뛰어다녔다.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되고 막막했다. 혁신은 머리로만 되는 게 아니고 현장에서 이뤄진다는 믿음 하나였다. 그 결과 지금 가락시장의 도매상 중 10%가 넘는 상인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됐다. 또 가락시장 외에 구리, 강서, 부평, 수원 도매시장까지 점차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 조사 끝에 의류 도매 시장과 식자재 시장과 가시권에 들어왔다. 예전에 동대문시장에서 의류를 사고 팔아본 경험이 있어 검토했었다. 그러나 의류는 소매 단계에서 이미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 있었고, 도매시장에서도 신상마켓이나 셀잇 같은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눈을 식자재 시장으로 돌렸다. 과거 식당을 운영해 본 경험도 있었고, 식자재 시장에선 우리 팀이 식당용 태블릿 POS 사업을 해본 적도 있다. 더 자신감이 있었다.
B2B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아직도 대부분 전화와 문자로 주문을 한다. 현장에서 발급하는 영수증이나 거래명세표로 거래를 증빙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금계산서 발급과 대금 지급이 이뤄진다. 이런 거래 방식은 필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오류, 개별 상인들의 인지 오류를 발생시킨다. “2kg 주문했잖아요.” “20kg 아니었어요?” 같은 웃지 못할 착오들이 생긴다.
결제에서도 비효율이 발생한다. 잘 모르는 업체끼리 거래할 때 한쪽에선 ‘물건부터 보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돈부터 보내라’고 한다. 그 결과 공급자 쪽에서는 돈을 못 받을지 모른다는 불신 속에 마진을 높인다. 나는 이런 현상을 ‘불신비용’이라고 부른다. 식자재 유통시장은 유통 마진이 약 49%로 매우 높은 편인데, 여기에는 이런 불신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켓봄으로 거래를 해 본 많은 유통상과 도매상, 식당 사장님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결제가 깔끔해 좋다”는 것이다. 돈 떼일 염려가 없고 외상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불투명과 비대칭이 해소돼 바가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식자재 도매시장에서 디지털 혁신을 만들겠다는 꿈은 구체적으론 단순히 앱을 많이 팔아 수수료를 챙기자는 것이 아니다. 2년 동안 시장바닥을 돌며 얻고자 한 것은 거래 데이터였다. 도매시장에서 경매가격 정보는 공개되지만, 그 이후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누가 어떤 상품을 얼마에 사고 파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필요하고 해당 상품이 얼마나 생산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예측이 안 되니 대처는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배추 파동, 대파 파동이 바로 이런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알고 있다. 2018년 감사원은 도매시장의 비효율적 수급 관리 문제를 관련 부처에 지적했지만, 데이터가 없으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래 정보를 비식별데이터(데이터의 출처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가공해, 도매상과 유통사,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거래를 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더 합리적으로 거래하고 정확하게 예측해 피할 수 있는 손해와 낭비를 줄이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식자재 시장에서 AI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AI 기술이 낙후된 오프라인 산업 현장에서 혁신의 변곡점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오랜 기간 일정한 목적과 조건, 패턴이 반복되는 산업에서 AI가 더욱 큰 효과를 만들 수 있으며, 가락동과 동대문 같은 도매시장 산업이 바로 그런 사례다.
도매시장은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각 데이터의 카테고리별 흐름이 일정하다. 또 불특정 데이터 유입이나 변수가 적은 편이라, AI로 혁신을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업종이다. 유행이 자주 바뀌는 의류보다는 매년 거래되는 상품이 거의 같은 식자재 쪽이 더 수월하다. 상품 정보와 거래 내역을 디지털로 전환해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수요와 공급, 날씨 같은 변수를 대입해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키면 수요공급 예측이 가능해진다. 도매상과 유통상은 재고가 줄어들 것이고 식당 사장님들도 필요한 물건을 제때 사 놓을 수 있다. 여기에 산지 정보와 유통사들의 구매 주문이 실시간으로 수집되면 계약 생산, 계약 유통까지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배추 파동 같은 현상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흔히 ‘디지털 혁신’을 말하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떠올린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시장을 거의 해체하듯 혁신한다. 그러나 모든 혁신이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재래시장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혁신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가락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품의 등급 평가 업무를 AI가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다. 상품의 적치, 소분, 피킹, 상차, 배송은 여전히 시장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디지털로 연결할 뿐이다. 연결을 통해 비효율을 없애고 거래를 편하게 만들며 에스크로 결제를 통해 불신을 없앤다.
새벽 시장 출근은 이제 안 한다. 서비스가 꽤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외곽으로, 지방 소도시로 유통상이나 도매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 발로 만들어낸 혁신이 훨씬 더 단단하다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임사성 마켓보로 최고경영자(CEO)
△ O2O 서비스 스타트업 엠커넬 창업
△ 큐레이션 뮤직 서비스 뮤직톡 창업
△ 모바일 소셜 동영상 스타트업 제타앱 창업
△ 세일즈 프로모션 솔루션 업체 주다스컴퍼니 창업
△ 그리드컴퓨팅 솔루션 업체 블루제타 창업
△ (현) 식자재 유통 스타트업 마켓보로 CEO
가락시장 경매는 저녁 8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새벽 1~2시까지 이어진다. 경매가 끝나면 물건을 낙찰 받은 도매상들이 각자의 가게로 돌아온다. 이때가 우리 팀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나를 포함한 7명의 영업팀은 우선 상인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캔커피의 힘…1개 도매상 5번 방문 원칙
새벽 2시 시장은 생각보다 훨씬 추웠다. 핫팩과 따뜻한 캔커피, 전단지를 들고 무조건 도매상을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마켓보로입니다.” 반응은 예상보다 냉담했다. “안 사요. 안 사.” 잡상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첫 6개월의 영업 결과는 참담했다. 시장 상황도 생각보다 열악했다.상인들은 “안 사요, 안 사. 그냥 간이 영수증 쓸래.”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안 되는 점포가 많았고, 상인들은 낡은 전산 프로그램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간이 영수증을 쓰겠다는 분도 많았다. 경리 업무 담당자들은 우리 서비스 때문에 자신들의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며 경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도매시장도 불황이었다.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인 환경이 없었다.
무조건 한 도매상을 4~5번씩 찾아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캔커피를 드리고 경매 받은 물건이 들어오면 짐도 함께 날랐다. 인터넷 연결 공사를 해줬고 컴퓨터 사용 방법도 알려줬다.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면서 이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도 더 알 수 있었다. 시장 안에 고객센터를 개설해 컴퓨터를 다루고 앱을 쓰는 교육도 진행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때쯤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앱을 써 본 경리 담당 직원들이 업무량과 오류가 확 줄어든다며 경계를 풀었다. 점포 사장님들은 사무실이 아닌 경매 현장이나 물건을 쌓아 놓은 점포에서 태블릿으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좋아했다. 간이 영수증을 쓴다는 분에게는 터치로 작동할 수 있는 모니터를 드렸다. 한 분 두 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시장 상인들은 거칠어 보여도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많다. 서비스를 써 본 도매상들은 자발적으로 다른 도매상들에게 앱을 열심히 소개해 주셨다.
2년을 그렇게 새벽 시장을 뛰어다녔다. 다시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되고 막막했다. 혁신은 머리로만 되는 게 아니고 현장에서 이뤄진다는 믿음 하나였다. 그 결과 지금 가락시장의 도매상 중 10%가 넘는 상인들이 서비스를 사용하게 됐다. 또 가락시장 외에 구리, 강서, 부평, 수원 도매시장까지 점차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불신 비용과 외상 관행 '정조준'
식자재 시장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팀은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어 온 경험이 있었다. 창업 당시엔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우리가 잘하는 정보기술(IT) 적용으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개괄적 목표를 세웠다.시장 조사 끝에 의류 도매 시장과 식자재 시장과 가시권에 들어왔다. 예전에 동대문시장에서 의류를 사고 팔아본 경험이 있어 검토했었다. 그러나 의류는 소매 단계에서 이미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 있었고, 도매시장에서도 신상마켓이나 셀잇 같은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눈을 식자재 시장으로 돌렸다. 과거 식당을 운영해 본 경험도 있었고, 식자재 시장에선 우리 팀이 식당용 태블릿 POS 사업을 해본 적도 있다. 더 자신감이 있었다.
B2B 식자재 유통 시장은 아직도 대부분 전화와 문자로 주문을 한다. 현장에서 발급하는 영수증이나 거래명세표로 거래를 증빙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금계산서 발급과 대금 지급이 이뤄진다. 이런 거래 방식은 필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오류, 개별 상인들의 인지 오류를 발생시킨다. “2kg 주문했잖아요.” “20kg 아니었어요?” 같은 웃지 못할 착오들이 생긴다.
결제에서도 비효율이 발생한다. 잘 모르는 업체끼리 거래할 때 한쪽에선 ‘물건부터 보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돈부터 보내라’고 한다. 그 결과 공급자 쪽에서는 돈을 못 받을지 모른다는 불신 속에 마진을 높인다. 나는 이런 현상을 ‘불신비용’이라고 부른다. 식자재 유통시장은 유통 마진이 약 49%로 매우 높은 편인데, 여기에는 이런 불신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켓봄으로 거래를 해 본 많은 유통상과 도매상, 식당 사장님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결제가 깔끔해 좋다”는 것이다. 돈 떼일 염려가 없고 외상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불투명과 비대칭이 해소돼 바가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식자재 도매시장에서 디지털 혁신을 만들겠다는 꿈은 구체적으론 단순히 앱을 많이 팔아 수수료를 챙기자는 것이 아니다. 2년 동안 시장바닥을 돌며 얻고자 한 것은 거래 데이터였다. 도매시장에서 경매가격 정보는 공개되지만, 그 이후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 누가 어떤 상품을 얼마에 사고 파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상품이 얼마나 필요하고 해당 상품이 얼마나 생산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예측이 안 되니 대처는 한발 늦을 수밖에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배추 파동, 대파 파동이 바로 이런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알고 있다. 2018년 감사원은 도매시장의 비효율적 수급 관리 문제를 관련 부처에 지적했지만, 데이터가 없으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래 정보를 비식별데이터(데이터의 출처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가공해, 도매상과 유통사, 외식업 자영업자들의 거래를 분석하고 있다. 이들이 더 합리적으로 거래하고 정확하게 예측해 피할 수 있는 손해와 낭비를 줄이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알파고만 있을까?…'가락go'도 가능하다
2016년 3월 우리를 놀라게 했던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특정 분야에서 학습된 AI가 인간보다 더 우수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많은 이들이 AI를 활용해 미래 기술,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 노력하고 있다.식자재 시장에서 AI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AI 기술이 낙후된 오프라인 산업 현장에서 혁신의 변곡점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오랜 기간 일정한 목적과 조건, 패턴이 반복되는 산업에서 AI가 더욱 큰 효과를 만들 수 있으며, 가락동과 동대문 같은 도매시장 산업이 바로 그런 사례다.
도매시장은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각 데이터의 카테고리별 흐름이 일정하다. 또 불특정 데이터 유입이나 변수가 적은 편이라, AI로 혁신을 만들기에 매우 적합한 업종이다. 유행이 자주 바뀌는 의류보다는 매년 거래되는 상품이 거의 같은 식자재 쪽이 더 수월하다. 상품 정보와 거래 내역을 디지털로 전환해 기계가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수요와 공급, 날씨 같은 변수를 대입해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키면 수요공급 예측이 가능해진다. 도매상과 유통상은 재고가 줄어들 것이고 식당 사장님들도 필요한 물건을 제때 사 놓을 수 있다. 여기에 산지 정보와 유통사들의 구매 주문이 실시간으로 수집되면 계약 생산, 계약 유통까지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배추 파동 같은 현상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흔히 ‘디지털 혁신’을 말하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떠올린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시장을 거의 해체하듯 혁신한다. 그러나 모든 혁신이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재래시장에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혁신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가락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품의 등급 평가 업무를 AI가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다. 상품의 적치, 소분, 피킹, 상차, 배송은 여전히 시장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질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디지털로 연결할 뿐이다. 연결을 통해 비효율을 없애고 거래를 편하게 만들며 에스크로 결제를 통해 불신을 없앤다.
새벽 시장 출근은 이제 안 한다. 서비스가 꽤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외곽으로, 지방 소도시로 유통상이나 도매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 발로 만들어낸 혁신이 훨씬 더 단단하다는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임사성 마켓보로 최고경영자(CEO)
△ O2O 서비스 스타트업 엠커넬 창업
△ 큐레이션 뮤직 서비스 뮤직톡 창업
△ 모바일 소셜 동영상 스타트업 제타앱 창업
△ 세일즈 프로모션 솔루션 업체 주다스컴퍼니 창업
△ 그리드컴퓨팅 솔루션 업체 블루제타 창업
△ (현) 식자재 유통 스타트업 마켓보로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