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명단 기준으로 초청장 발송 '착오'…국제사회 인정 안하는 상황서 '아뿔싸'
외교부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인정한 바 없어…입장 그대로"
탈레반 인사가 한국 대사관 행사에…"초청명단 갱신 안된 탓"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의 카타르 주재 인사가 현지 한국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정권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국제사회의 오해를 살 수 있었던 일로, 외교부는 대사관 측의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아프간 국영 바크타르통신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모하마드 나임 주카타르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이 사용하는 아프간 국호) 대사 대리가 주카타르 대한민국 대사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18일 한국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국영 TV RTA도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실었다.

아프간 매체들이 언급한 모하마드 나임 대사대리는 카타르 주재 탈레반 정치사무소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는 탈레반 정권이 한국 대사관 행사에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소셜미디어에 홍보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레반 인사가 우리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고 확인했지만, '단순 실수'였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국경일 행사 준비 과정에서 지난해 초청명단을 기준으로 카타르 주재 다른 나라 대사관들에 일괄 초청장을 발송했는데, 여기에 주카타르 아프간대사관도 포함돼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초청할 의도가 아니었지만 행정적인 착오로 초청됐다는 의미다.

외교부에 따르면 주카타르 탈레반 정치사무소가 올해 5∼6월께부터 카타르 정부의 묵인하에 기존 주카타르 아프간대사관의 건물과 차량을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실수였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탈레반 측에 잘못된 외교적 메시지를 주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경일 행사에 참석한 다른 나라의 외교관들도 의아하게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외교부는 탈레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인정한 바 없다"며 "우리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신정부가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며 테러리즘의 피난처를 불허하는 한, 함께 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 1996∼2001년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미군이 철수한 뒤 재집권에 성공했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다가 여성 인권은 크게 후퇴한 실정이어서 여전히 국제사회로부터 국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서방 제재도 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아프간과 수교를 맺었지만 지난해 탈레반 재집권 이후에는 현지 대사관을 폐쇄하고 카타르 임시사무소로 이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