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화가' 이숙자 "모든 것을 그림에 바칠 수 있어 감사"
"올해는 저를 전부 그림에 바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넉넉하고 아파서 눕지 않고 모든 것을 그림에 바칠 수 있어 감사합니다.

"
'보리밭' 그림으로 유명한 한국화가 이숙자(80)의 개인전이 19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시 이후 6년 만의 개인전으로, 1980년대 작품부터 올해 신작까지 작품 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그림 40여 점이 나왔다.

전시장 3개층에 걸린 작품 중에는 대형 작품들이 많다.

1층에는 백두산 이미지를 담은 가로 9m, 세로 2.2m 크기의 대형 '백두성산'이, 2층에는 가로 7m가 넘는 '군우'가 걸렸다.

얼룩소가 화면을 가득 메운 '군우'는 1987년 완성했던 '군우-얼룩소 1,2'에 2016년 '군우-얼룩소 3.4'를 더한 것이다.

원래 4폭으로 계획해 밑그림까지 그렸다가 2폭만 먼저 그려 전시했던 것을 다시 살려야겠다고 생각해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계기로 완성했다.

대표 연작인 '보리밭' 그림도 여럿 나왔다.

80살 나이에도 오전 9시30분∼10시면 작업실에 들어가 오후 6시까지 작업하는 생활을 계속하며 완성한 청보리밭 신작도 포함됐다.

이 중 1981년작 '분홍밭 장다리꽃이 있는 보리밭'은 이미 전시됐던 작품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오랜 시간 고민하던 끝에 올해 개작한 것이다.

"1980년 이전에 보리밭 그림으로만 상을 두 번 받았어요.

그 뒤에 그린 그림인데 전시장에서 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파기할까도 했지만 내 자식이 부족하다고 버릴 수 없잖아요.

죽기 전에 처리하자고 고민하다가 손을 댔죠. 1981년의 저와 40년이 지나 현재의 제가 합작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보리밭 화가' 이숙자 "모든 것을 그림에 바칠 수 있어 감사"
천경자 화백의 제자였던 작가는 '보리밭 화가'라는 수식어에 대해 양면적인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무슨 그림을 그려도 천(경자) 선생님을 흉내 낸다고 했어요.

그 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보리밭을 그리면서 그 소리가 들어가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자기 복제'처럼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또 그리는 것 같아서 부담되기도 했죠. 이제는 내 모든 걸 작품에 쏟아부었으니 뭐라고 불리든 상관없어요.

"
전시는 11월19일까지 계속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