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돌아오나'…국내증시서 연중 최장 11일째 순매수

반도체·IT종목 위주로 2조 이상 순매수
미중갈등속 대만증시 타격 우려에 韓증시에 주목…코스피 가격 메리트도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에서 11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펼쳤다.

올해 들어 최장기록이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구도 속에 대만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증시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 속에 코스피 가격 메리트가 부각된 점도 외국인 매수세 유입의 요인이 됐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11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를 지속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장 기록이다.

앞서 외국인이 지난 8월 16일∼8월 26일과 지난 7월 28일∼8월 9일 각각 9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를 이어간 것보다 이틀 더 길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약 2조 2천억원이다.

최근 11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전기·전자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6개가 반도체·IT 관련이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기간(전날은 제외)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8천21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그다음으로 SK하이닉스와 삼성SDI를 각각 7천30억원, 1천71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LG에너지솔루션(1천500억원)과 LG이노텍(500억원), 삼성전기(460억원)도 많이 담은 종목에 포함됐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미중갈등의 '반사이익' 성격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통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임을 시작하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는 굉장히 오랫동안 한국 증시의 불안정성을 대비해 대만 증시를 선호해왔는데 지정학적 갈등으로 그런 흐름이 '대만시장 기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개막한 제20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며 대만 통일이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 미중 갈등과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과 대만 모두 반도체 업황 악화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악화하는 양안관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여파 악영향 등으로 대만 IT 업황이 한국보다 더 큰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과 대만의 주력 반도체 사업 부문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정명지 팀장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주력 부문"이라며 "경기침체 진입 구간에서 업황 사이클이 먼저 꺾인 한국 메모리 반도체 종목을 사고, 곧 꺾이기 시작할 대만의 파운드리 종목은 매도하는 현상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킹달러' 현상으로 코스피의 투자 매력이 부각된 점도 최근 외국인 저가 매수세 유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전날 달러 환산 기준 코스피는 751.86으로 1,400선이었던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박상현 연구원은 "현 수준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가격 메리트를 촉발할 수 있는 지수"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