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고전하면서도 주장으로 헌신…감독은 "우리 팀 MVP 이용규"
경험 많은 이용규 "결국 기본 지키는 팀이 큰 경기 좋은 성적"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주장 이용규(37)는 올해 데뷔 이래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고졸 신인이던 2004년 타율 0.129를 기록한 이래 18년 만에 처음으로 1할대 타율(0.199)로 시즌을 마쳤다.

몸에 맞는 공으로 5월 골절상을 입고 자리를 이탈한 뒤 부상 여파로 고전하다 결국 정규시즌 종료까지 맞이했다.

하지만 홍원기(49) 키움 감독이 "내 마음속 우리 팀 MVP는 이용규"라고 꼽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베테랑으로 역할을 소화했다.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용규는 "올해 팀에 많이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대신 경기에 못 나가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거기에 충실해지려 했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가 주축인 키움 선수단에서 최고참 선수는 이용규다.

한화 이글스를 떠난 뒤 지난해 키움에 입단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이용규는 클럽하우스 리더로 선수단의 구심점이 됐다.

이용규의 헌신을 더한 키움은 정규시즌 3위로 16일 시작하는 준플레이오프로 2022시즌 가을야구의 막을 올린다.

2009년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인 이용규는 "연차가 쌓여도 이렇게 가을야구를 앞두면 떨리고 긴장된다"고 말한다.

그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20경기 타율 0.239(71타수 17안타), 6타점, 8득점, 5도루다.

국가대표 출전 경험까지 많은 이용규가 후배들에게 당부하는 건 단 하나, 기본이다.

2013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게 2017년 한 번뿐인 키움은 젊은 선수들도 큰 경기 경험이 적지 않다.

그래도 이용규는 "결국은 기본적인 걸 잘하고 침착한 팀이 큰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

우리 선수들이 들뜨지 않고 한다면 정규시즌처럼 잘할 거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용규가 말하는 '기본'은 중계 플레이와 백업, 그리고 끝까지 1루까지 뛰는 투지다.

그는 "작은 변수가 큰 결과로 이어지는 포스트시즌은 결국 기본적인 것들만 잘하는 팀이 올라간다"고 했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해도, 가을야구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면 영웅이 될 수 있다.

최근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목발 투혼'으로 감동을 줬던 kt wiz 내야수 박경수다.

작년만 해도 정규시즌 1할대 타율(0.192)에 그쳤던 박경수는 한국시리즈에서 홈런과 호수비로 팀을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이끈 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이용규는 "마음은 항상 간절하지만, 그게 욕심으로 가면 절대 좋은 결과가 안 나온다"고 마음을 비우겠다고 말했다.

중심 타자가 타점을 떠먹을 수 있도록 밥상을 차리는 게 임무인 테이블세터는 주인공이 되기 쉽지 않다.

이용규는 "어릴 때부터 제 역할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면서 "진짜 히어로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히어로가 탄생하는 과정에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