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급 스키 선수들이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에서 열리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남자 알파인 복합 은메달리스트인 알렉산데르 아모트 킬데(노르웨이)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기후 변화에 맞서기 위한 노력에 반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킬데는 "우리가 이것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느냐"며 "또 이게 가능한 일이냐"라고 반문했다.

미케일라 시프린(미국)과 '스키 커플'로도 유명한 킬데는 "지금 세계는 이상 고온 현상 등에 신음하고 있고, 이대로 가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인공 눈을 만들려면 물이 필요한데, 물을 공급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에 건설 중인 스마트 도시인 네옴시티에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홍해 인근에 미래 휴양 도시로 만들어지는 네옴시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에서 5천억 달러(약 716조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해발 2,600m 고원인 네옴시티 산악 지역 트로제나에서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네옴시티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트로제나 지역에 대해 "인근 걸프 지역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낮고, 겨울에 눈이 온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에서 우승한 소피아 고자(이탈리아) 역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이 없는 곳에 이런 시설을 짓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한 에너지 낭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 스키협회도 성명을 내고 "비도 거의 내리지 않고, 스키 리조트나 슬로프가 없는 곳에서 동계 대회를 연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하다"며 "지구라는 행성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역시 "한 지역에서 생태계에 변화를 주면 다른 곳에서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고 해도 이는 에너지의 낭비"라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4년에는 하계 아시안게임도 개최할 예정이며 2030년에는 이집트, 그리스와 공동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에도 나섰다.

또 2030년 엑스포 개최를 놓고 부산, 로마 등과도 경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