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은 취약계층·현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시설
업계 관계자 "복지의 관점에서 목욕탕 지원 접근했으면"
[OK!제보] 코로나에 연료비 인상…사라지는 동네 목욕탕
"집에서 목욕하려면 연탄불로 물을 데워야 해서 물 온도 맞추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목욕탕이 생긴 이후로는 탕에 누워 피로한 몸도 풀고 따뜻한 물도 편하게 써서 좋죠"
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 비타민 목욕탕에서 만난 조병길(81)씨는 목욕탕에 대해 묻자 방긋 웃으며 답했다.

비타민 목욕탕은 2016년 서울연탄은행이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을 시작한 목욕탕이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의 위생을 지켜주는 목욕탕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점차 사라지거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 목욕탕은 집합 금지 조치에서 제외됐다.

당시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현 의료보장심의관)은 "겨울철을 맞아 집에 온수가 나오지 않는 취약계층이 있을 수 있고 현장 노동자 등은 목욕시설이 없어 생활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기에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목욕탕이 취약계층과 현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시설로 인정돼 운영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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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합뉴스가 현장에서 만난 취약계층들은 목욕탕에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조씨뿐만 아니라 백사마을에서 인터뷰에 응한 어르신들은 모두 목욕탕 운영이 곧 행복이라 답했다.

배정옥(74)씨는 "가까운 목욕탕에서 동네 사람들과 목욕을 하면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다"며 "동네가 없어질 때까지 목욕탕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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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에게 목욕탕은 고단한 하루의 끝이었다.

서울시 강동구 H 사우나에서 만난 김정표(58) 씨는 "사는 곳은 대구인데 일용직 노동하려고 서울까지 왔다"며 "일당 4만6천원을 받고 일하는데 모텔은 비싸고 서울에 집은 없어서 퇴근하면 매일 목욕탕에서 씻고 사우나에서 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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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의미를 담은 목욕탕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 W 목욕탕 사장은 "목욕탕이 어느덧 사양 산업이 된 것 같다"며 "여기는 건물이 자가라서 먹고 사는 정도는 가능한데 주변을 둘러보면 폐업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전국적으로 6천762곳이던 목욕탕은 최근 6천106곳으로 줄었다.

서울만 하더라도 2019년 891곳에서 최근 727곳으로 약 18%의 목욕탕이 폐업했다.

살아남은 목욕탕도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H 사우나 사장은 "목욕탕 이용 요금을 1천원 인상했는데 일용직 노동자분들은 요금 인상에 민감해서 다른 목욕탕으로 이동했다"며 "코로나를 기점으로 일감이 사라지며 일용직 노동자분들이 하루 사우나 비용을 내기도 어려워한다"고 전했다.

W 목욕탕 사장도 "가스비가 오르며 부담도 덩달아 올라갔다"며 "이익을 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목욕탕에 대한 지원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영호 한국목욕업중앙회 강동송파 지회장은 "목욕탕 지원 정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게 전무한 상황이다"며 "카페나 식당은 사람이 줄을 지어 서 있지만 목욕탕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복지의 관점에서 목욕탕 지원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