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상자의 얼굴을 보고 울컥했던 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목에 건 뒤, 눈물을 꾹 누르고자 애썼다.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바다'가 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전국체전 역도 고등부 시상식에서는 부모 또는 지도자가 특별한 추억을 쌓는다.
8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역도 여자 고등부 최중량급(87㎏ 이상)에서 인상 124㎏, 용상 161㎏, 합계 285㎏을 들어 3관왕에 오른 '포스트 장미란' 박혜정(19·안산공고)은 자신ㅇ 세 번째 금메달을 어머니 남현희 씨로부터 받았다.
2위 하보미(19·경북체고)의 메달 수여자는 아버지였고, 3위 유혜빈(17·전북체고)의 동메달은 지도자가 건넸다.
박혜정은 "엄마라는 단어는 '눈물 버튼'"이라고 눈시울을 붉힌 뒤 "오늘은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딸이 된 것 같다.
어머니께 메달을 받으니, 메달이 더 특별했다"고 했다.
남현희 씨는 "우리 혜정이가 힘든 과정을 다 극복하고 이렇게 잘 컸다.
고마운 마음으로 혜정이에게 메달을 건넸다"며 "소중한 기회를 준 대한역도연맹에 정말 감사하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대한역도연맹은 2018년부터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합계 부문 시상을 부모 또는 지도자에게 부탁한다.
여전히 많은 종목에서 시상은 기관단체장 등의 몫이다.
그러나 역도에서는 누구보다 선수의 성공을 기원하는 부모와 지도자가 직접 메달을 걸어준다.
그만큼 감동적인 장면도 자주 연출한다.
부모, 지도자의 시상식을 기획한 송종식 대한역도연맹 경기이사는 "기관단체장이 시상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선수들이 메달을 땄을 때 가장 행복해하는 사람은 부모님과 지도자다.
선수와 함께 행복을 느낄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이런 시상식을 마련했다"며 "시상식 때마다 감동적인 장면이 나와서 역도인들 모두 기뻐하고 있다.
선수들과 가족, 지도자가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별한 시상식을 마련한 대한역도연맹을 향해 감사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
2019년 5월 소년체전에서 메달을 딴 아들에게 직접 메달을 걸어준 한 아버지는 대한역도연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시상식은 정말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역도연맹에서 큰 선물을 주셨다.
감사 인사드린다"라고 쓰기도 했다.
대한역도연맹의 특별한 전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장 관람'이 불가능했던 2021년 전국체전에 잠시 끊겼다.
고등부 경기로 축소해서 치른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도 3관왕에 오른 박혜정은 당시에는 메달을 직접 목에 걸었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된 올해 전국체전에서 박혜정과 어머니 남현희 씨는 평생을 잊지 못할 최고의 추억을 쌓았다.
박혜정은 "어머니께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고 거듭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