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국 채권시장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나오면서 신용위험 우려가 번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용위험 사례는 나라밖에서 먼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려던 감세안을 놓고 홍역을 치른 영국 채권시장에선 장기 국고채 금리 급등 이후 연기금을 중심으로 신용경색이 심화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기도 했다.

연기금은 장기 국채 등을 담보로 파생거래를 통해 자산과 부채의 현금흐름을 매칭하는 부채주도투자전략(LDI)을 해오다가 국채 금리 급등 이후 담보가치 하락으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영국 연금펀드들은 현금 마련을 위해 앞다퉈 보유 국채 매도에 나섰고 이 여파로 국채 금리가 다시 올라 증거금 증액 압박을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국채시장 패닉의 출발점은 정부의 감세안이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연기금 펀드의 LDI 전략이 금리 상승에 노출되며 유동성 위험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연기금의 LDI 투자 자산은 작년 기준 1조5천억 파운드로 추가 금리 급등 과정에서 금융기관 신용경색이 재발할 우려가 크다.

국내외 채권시장 곳곳 위기신호…"위험발생 잦아질 것"
또 세계 금융시장에서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도 제기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영국 파운드화 가치 폭락 등으로 유럽 금융 중심지인 영국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지난 주말 온라인을 중심으로 크레디트스위스의 재무 건전성 우려가 커진 것이다.

특히 크레디트스위스가 자본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려가 더 증폭됐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부도 위험 지표인 1년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17bp(1bp=0.01%포인트)를 웃돌면서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등 부도 위험이 커졌다.

국내외 채권시장 곳곳 위기신호…"위험발생 잦아질 것"
국내에서도 강원도 레고랜드 건설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 전반에 우려감이 커졌다.

강원도는 지난달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돈을 지급할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에 회생신청을 결정했다.

지급 보증 주체인 강원도가 회생 절차를 추진하면서 발행사인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의 신용등급이 발행 당시 'A1'에서 지난달 말 'C'에서 지난 4일 'D' 등급으로 강등됐다.

법원이 회생 절차를 개시하면 2천50억원 규모 ABCP에 투자한 주요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회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돼 시장 파급도 작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소송으로 가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라는 결론이 날 가능성은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려 수년간 투자기관들의 손실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금리급등과 부동산시장 위축 상황까지 겹쳐 지방채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자금시장 전반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유동화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발행된 지자체 신용보강 유동화는 공시기준으로 대략 10건 정도로 추산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사태로 자본시장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신용 보강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의 상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자본시장 거래 참가자들은 각자의 유동화증권을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기조와 금리 상승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다음 차례는 누적된 금융비용 상승에 대한 부작용으로 국내외 신용시장 위험 발생 빈도는 더 잦아질 수 있다"며 "채권안정펀드 부활 등 추가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스프레드(금리차) 확대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