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비판 등 정치적 의사 표현 활발…"시민의 의무라 생각" 독일의 스타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5)가 다음달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연다.
2019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음반을 발매하며 베토벤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레비트는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템페스트' 등 4곡을 들려준다.
레비트는 지난 4일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해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에 연주하는 베토벤의 곡은 특히 연주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그렇듯 베토벤은 레비트에게 평생 탐구해나가야 하는 과제이자 원동력이라고 했다.
"제 인생의 절반을 베토벤에 몰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10여년 전 첫 베토벤 음반을 발매했을 때부터 3년 전 전곡 연주 음반을 냈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저만의 베토벤을 완성하기 위해 열심히 가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베토벤은 저의 예술적 자아와 제 삶 자체에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베토벤 음악에서는 모든 순간이 특별합니다.
" 러시아에서 태어나 8살 때 독일로 이주한 레비트는 2005년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연주 실력뿐 아니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특히 두드러지게 소셜미디어(SNS) 등을 활용한 행보로도 주목받았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봄, 그는 트위터를 통해 53회의 온라인 생중계 콘서트를 열었다.
또 1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소절이 반복되는 에릭 사티의 '짜증'(Vexations)을 온라인 생중계로 연주하기도 했다.
'짜증' 연주에 쓰인 악보들은 경매에 부쳐 그 수익금을 코로나19로 연주 기회를 잃은 예술인들을 위해 쓰기도 했다.
레비트는 "팬데믹은 모두에게 다양한 방면에서 가르침과 변화를 가져다줬다"며 "팬데믹 이전과 이후의 나는 100% 바뀌었다.
어떤 면에선 이전보다 자신감도 더 생기고 해방감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레비트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서슴지 않고 표현하는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2017년 7월 런던에서 열린 BBC 프롬스 무대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비판하며 유럽연합(EU) 찬가를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을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하기도 했다.
레비트는 "내가 속한 사회를 위해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건 분명한 사실이고 아주 끔찍한 일이다.
전쟁의 희생자들을 지원하고 돌보는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정치·사회적 의견이 음악을 통한 소통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선 오직 음악만이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또 저는 음악만으로도 솔직할 수 있어요.
관객 중 누군가는 제 음악과 사회적 의견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음악만 듣겠죠. 관객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