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최악의 비극이 일어나 세계 축구계를 다시 한번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사고는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말랑 리젠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1부 리그(BRI 리가1) 아레마 FC-페르세바야 수라바야 경기가 끝난 뒤 발생했다.

홈 팀 아레마가 2-3으로 패하자 이에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난입했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자 팬들이 이를 피하려 출입구 쪽으로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났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고로 경찰관 2명을 포함한 최소 12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언론은 이번 참사 사망자 수가 역대 축구장 사고로는 1964년 페루 리마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1964 도쿄올림픽 예선 경기 다음으로 많다고 보도했다.

당시 리마에서는 0-1로 뒤지던 페루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주심이 무효를 선언한 데 격분한 페루 관중이 경기장으로 뛰어들면서 무려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프로 리그는 이번 사고로 일단 1주 간 중단하기로 했다.

지구촌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축구 경기에서는 대형 사고가 적지 않게 일어났다.

부실한 경기장 시설로 인한 안전 사고에서부터 관중 난동 및 충돌과 이를 진압하는 과정 등에서 일어난 사고까지 끔찍한 일들이 잊을 만하면 되풀이됐다.

'헤이젤 참사', '힐스버러 참사' 등이 대표적이다.

1985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스타디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우승컵을 놓고 리버풀(잉글랜드)과 유벤투스(이탈리아)가 맞붙었는데 양 팀 팬들의 충돌로 39명이 사망하고 450여명이 크게 다쳤다.

이후 UEFA는 잉글랜드 클럽팀들의 향후 5년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한편, 리버풀에는 7년 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추가 징계를 내렸다.

이로부터 4년 뒤인 1989년 4월에는 영국 셰필드의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비극이 발생했다.

리버풀-노팅엄 포레스트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에서 지나치게 많은 관중이 몰려들면서 철제 보호철망과 인파 사이에 낀 리버풀 팬 96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 후유증으로 투병해 온 한 팬이 지난해 끝내 숨을 거두면서 사망자는 97명으로 늘었다.

'아이브록스 참사'도 축구팬들은 잊지 못한다.

1971년 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아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최고의 라이벌 셀틱-레인저스 경기에서 끌려가던 레인저스가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어 1-1로 비긴 뒤였다.

양팀 관중 모두 결과에 흥분했고, 특히 패한 줄 알고 돌아가던 레인저스 관중들이 다시 입장하면서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사고로 66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아이브록스 경기장에서는 앞서 1902년 4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간 경기 때 관중석이 무너지는 사고로 25명의 사망자와 500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1946년 3월 잉글랜드 볼턴 원더리스의 홈 구장인 영국 볼턴 번든 파크에서 열린 볼턴-스토크 시티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 컵 경기에서는 경기장 장벽이 무너지면서 33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1996년 10월 과테말라 시티에서 열린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의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 경기를 앞두고는 관중이 출입구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79명이 압사하고 15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2001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로팀 카이저 치프스-올랜도 파이어리츠 경기가 열린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 파크에서는 티켓을 구하고도 입장하지 못한 팬들의 항의에 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해산을 시도하자 양측이 충돌, 43명이 압사하고 150명 이상이 다치는 사고로 이어진 바 있다.

최근에는 올해 1월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16강전에서 카메룬이 코모로에 2-1로 승리해 8강에 오르자 흥분한 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어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