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삭기기사 등 최고 징역 3년 6개월 "원청도 해체계획 준수·안전성 검사 책임" 시민대책위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건드린 솜방망이 판결" 규탄
광주 학동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책임자들이 최대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체 공사를 직접 수행한 하청과 재하청 관계자, 감리 등 3명은 법정구속 됐고 재개발 공사 전체의 시공자인 HDC 현대산업개발 현장 책임자 등 4명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안전불감증과 기업의 이기심을 질타했지만,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은 "몸통은 내버려 둔 봐주기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 하청·재하청·감리 징역 1년 6개월∼3년 6개월…현산 소장 등 4명 집유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철거 공사 관계자 7명과 법인 3곳의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업체인 한솔기업 현장소장 강모(29)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재하도급 업체 대표이자 굴삭기 기사인 조모(48)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철거 감리자 차모(60)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강씨, 조씨와 더불어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던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8)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현산 안전부장 김모(58)씨와 공무부장 노모(54)씨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50)씨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판결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받는 현대산업개발에는 벌금 2천만원, 한솔기업과 백솔기업에는 각각 벌금 3천만원이 선고됐다.
◇ 규정 어긴 부실 철거, 철거 지시한 원청 책임 소재 '쟁점' 이들은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공사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지난해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건물 붕괴 사고를 유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 건물 해체계획서 미준수 ▲ 부실한 하부 보강 ▲ 과다한 살수 ▲ 버스 승강장 미이동 등 조치 미흡 등을 주장했다.
철거를 직접 수행한 한솔과 백솔 관계자들은 시공자이자 해체작업자로서의 책임을, 현대산업개발 역시 공사시공자이자 철거 업무를 세세하게 지시·감독한 자로서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현산 측은 "건축물 관리법상 해체 주체는 철거업체, 현장 감리, 해당 관청"이라며 해체 공사에서는 도급인에 불과해 안전조치 의무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위층부터 순차적으로 철거하도록 한 해체계획서를 지키지 않고 건물 하부를 긁어 파는 방식으로 작업한 탓이 크다고 판단했다.
건물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진 상태에서 지지대(잭서포트) 설치 등 보강조치도 하지 않고 성토체와 폐기물의 하중이 쏠려 건물 보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량과 흡수량 등을 증명할 수 없는 과다한 살수 혐의를 제외한 한솔과 백솔 등의 과실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고, 현산에 대해서도 해체계획서 미준수와 하부 보강 시 안전성 검사를 미실시한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
또, 건축법상 건축주와 시공 계약을 체결한 자 역시 공사시공자에 해당한다며 현산이 재개발 조합과의 계약서에도 시공자라고 표기했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안전 조치 의무에 한해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해체 대상 구조물과 부지 등에 대한 사전조사, 작업계획서 작성 및 준수와 안전성 평가 등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다원이앤씨 현장책임자 역시 한솔기업과 이면계약을 체결해 7:3 비율로 공사를 하기로 하고 현장에 관여해 붕괴의 책임이 함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험이 예견됐음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계속한 현장 작업자들과 한 번도 현장에 방문하지 않은 감리자에게 실형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책임 축소에만 급급해 죄질이 나쁘지만 6개월간 구금된 점, 회사가 유족 등에게 총 80여억을 지급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