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LG 타자가 상대해야 할 키움의 선발 투수는 왼손으로 던지는 에릭 요키시(33)였다.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배팅 연습은 경기에 앞서서 타자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왼손 선발 투수인 날은 왼손 배팅볼 타격'이 공식이지만, LG 타자들은 오른손으로 던지는 김민호 코치와 조인성 코치의 공만 치고 경기를 준비했다.
이에 대해 류지현(50) LG 감독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으로 던질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류 감독의 말처럼, 올해 LG의 배팅볼 투수는 전원 오른손잡이다.
왼손 배팅볼을 안 치면 왼손 투수에게 고전할 것 같지만, LG는 올해 좌완 상대 팀 타율 2위(0.266)에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0.759)를 달린다.
실제로 28일 경기에서 LG 타선은 요키시를 맞아 6회까지 10안타로 두들기며 3점을 뽑았고, 7-0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LG가 야구계의 오랜 상식 가운데 하나를 깨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류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배팅볼 투수, 불펜 포수, 훈련 보조 요원을 나름대로 구단에서 경력 등을 신경 써서 뽑았다"면서 "배팅볼은 왼손과 오른손보다는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혹시라도 다른 팀에서 일하시는 배팅볼 투수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우리 구단의 사정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들 역시 왼손 배팅볼 투수가 없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좌타자인 외야수 홍창기는 "경기 전에 치는 배팅볼은 제 타격을 확인하는 게 목적"이라며 "왼손 배팅볼 투수라고 해서 (경기에서 상대할) 투수랑 똑같이 던질 수는 없다.
어차피 상대할 투수의 데이터는 경기 전 전력 분석을 통해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시즌 타율 0.292를 기록 중인 홍창기의 좌투수 상대 타율은 0.275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홍창기는 "좋은 배팅볼이란 치기 좋은 코스에 꾸준히 들어오는 거다.
우리 팀 타자들은 최고의 배팅볼을 치고 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