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에서 친명으로' 野 주류 교체…'이재명의 민주당' 전환

李, 대선 거치며 '강력 팬덤' 형성…친명 '어대명' 업고 최고위 독식
이재명 친정체제 구축에 친문 비주류 전락…구심점 실종, 당분간 각자도생할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신임 대표가 28일 당권을 거머쥐면서 민주당 주류 세력도 급속도로 교체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최고위원회도 장악, 친정체제 구축이 이뤄지면서 당내 역학 구도는 이제 친문(친문재인)에서 친명(친이재명)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평가다.

나아가 대선을 전후로 줄기차게 노선 경쟁을 해온 친문과 친명의 파워게임이 이번 8·2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일단 친명의 완승으로 일단락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체제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28일 종료된 전당대회 결과 이 대표는 민주당 계열 사상 최고 득표율인 77.77%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보란 듯이 입증하며 거대 야당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치며 착실히 대권가도를 밟았지만, 당내 핵심 세력인 친문과는 거리감이 있는 변방의 비주류 인사였다.

그러나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지난 대선 경선에서 범친문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제치고 대권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비록 대선 본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0.7%포인트 차로 석패했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곧장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여전히 현역 의원 기반은 탄탄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강성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가 뒷배였다.

실제로 80만명 정도에 그쳤던 권리당원의 규모가 대선을 거치며 110만명 가까이 치솟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이재명 지지자'였다.

대선 과정에서 당을 떠난 친문 성향 당원들의 공간을 대거 친명 당원들이 메운 것으로, 일각에선 당심은 명심(明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친문이 이번 전대에 후보를 '옹립'하지 못한 측면도 작용했으나 이 대표가 역대 최고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것도 이들의 '몰표' 때문이었다.

이는 최고위원 선거로도 그대로 이어졌다.

최고위에 입성한 5명의 득표율을 보면, 정청래 고민정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의원 순이었다.

이들 가운데 고 최고위원 빼고는 친명계로 분류되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초선 고 의원도 그간 친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계파색이 많이 빠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고위는 이들 5인과 당 대표, 원내대표,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 만큼 최고위도 친명이 독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박원순계 핵심이었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신(新)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민주당 메인스트림'을 자부했던 친문의 몰락은 예견된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많다.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못했던 친문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만큼은 비이재명계 인사를 1명이라도 당선시키려 했으나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갔다.

윤영찬 후보가 호남 경선 이후 후보직에서 사퇴, 사실상 송갑석 후보와 단일화를 한 것은 친문의 마지막 '결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대선 경선은 물론 최근 2차례 치러진 전대에서 연패한 것을 두고는 친문의 중심을 잡아줄 마땅한 구심점이 실종됐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작년 4·7 재보선 참패 후 치러진 임시전대에서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이 송영길 전 대표에 패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홍 의원은 당시만 해도 친문 성향이었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승리했지만, 대의원·당원 투표에서 밀리며 고배를 마셨다.

여기에 지난 8·15 특별사면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결국 포함되지 않으면서 김 전 지사를 새로운 구심점으로 활기를 모색하려던 친문 그룹 일각의 모색도 일단 힘을 받지 못하게 됐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송영길 지도부는 친문보다는 친명이었다.

대선에서 진 이재명 대표가 지방선거를 이끌게 된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며 "그 전대 때부터 친문의 퇴장은 예견됐다"고 했다.

친문 홍영표·전해철 의원 등이 이번 전대를 앞두고 나란히 불출마 선언을 한 것도 어차피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힘들다는 판세 분석 때문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친문 의원은 "직전 대선후보가 나오는 마당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며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 주자들을 후방에서 도우면서 '이재명 대항마'로 삼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친문은 여전히 의원 숫자로는 다수를 점하고 있지만 '이재명 친정체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대선 후 처음 들어선 공식 지도부인 만큼 당분간 친문은 로우키 행보를 유지하며 각자도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부터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한 데다 최고위원들 면면도 '강경 개혁' 성향이 주를 이루고 있어, 지도부 초기에는 단일대오를 통한 대여(對與) 강경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친명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아직 친명이라 할 수 있는 의원들은 채 20명도 안 돼 딱히 주류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새 지도부의 새 리더십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람들로 주요 당직 인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거나 내년 총선 공천 국면에서 친문 배제 등의 전조가 감지되는 등의 상황이 생길 경우 다시 세력화에 나서며 세과시를 도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고조되며 파워게임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