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로 농산물 가격 치솟아…비싸다며 발길 돌리는 손님들
[르포] "파는 우리도 미안해"…고물가에 추석 앞둔 상인들 한숨
"두 배가 올랐으니…파는 우리가 미안할 정도지."
추석을 2주 앞둔 26일 광주 서구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청과물 경매장에는 높게 쌓여있는 과일 박스들 사이로 중도매인들이 분주히 오갔다.

하지만 경매장 뒤편 소매 상품을 파는 가게들은 오가는 손님 없이 한산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으며 호객을 하던 한 상인은 시장 직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아쉬워하기도 했다.

간혹 보이는 손님들도 가격을 보고 비싸다며 돌아가거나 매대 앞을 한참을 서성이며 과일 몇 알만 신중하게 골라 비닐에 담아갔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김모(55)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최소한으로 사게 된다"며 "추석이 코앞인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르포] "파는 우리도 미안해"…고물가에 추석 앞둔 상인들 한숨
비어있는 통로를 바라보고 있던 50대 상인 황인성 씨는 "추석까지 날짜가 많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요즘 손님이 없는 편"이라며 "오는 손님들도 비싸다고 잡았던 과일을 도로 내려놓는다"고 토로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자 명절 대목을 앞둔 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도매가격 기준 사과(홍로) 10kg은 지난해 8월 4만9천154원이었지만 올해 6만5천405원으로 1.5배가량 올랐다.

배추와 무도 생산량이 작년보다 각각 8.3%, 17.1%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르포] "파는 우리도 미안해"…고물가에 추석 앞둔 상인들 한숨
채소동 상인 이모(72)씨는 "30년 가까이 장사를 했는데 이렇게 채솟값이 오른 건 처음"이라며 "경제까지 안 좋은데 손님들도 돈이 있어야 사 먹지 않겠냐"고 말했다.

장부를 정리하던 김명숙(64) 씨도 "납품하던 국밥집 사장님이 코로나 때문에 장사도 안 되는데 채솟값까지 올라 가게를 접을 거라고 하더라"라며 "2천원 하던 애호박이 3천원이니, 일반 손님들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지갑을 쉽게 안 열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비싸게 사 오는데 올해 작물들이 비를 많이 맞아 금방 썩어버리니 버리는 채소도 꽤 있다"며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