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칼튼 몰디브 파리 아일랜드
리츠칼튼 몰디브 파리 아일랜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에 ‘일시 정지’ 버튼을 눌렀다. 평범했던 모든 것이 특별한 것이 됐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커다란 쉼표를 찍어 주던 여행은 코로나로 잃어버린 많은 것 중 사람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무엇이 됐다. 모든 것이 멈춰선 그 시간. 세계 곳곳엔 엔데믹의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는 새로운 호텔이 속속 등장했다. 언젠가 자유롭게 떠나올 우리를 기다리는, 새로 단장한 특별한 공간들을 소개한다.

김은아 힌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

야생인 듯 우주인 듯 뉴질랜드 숲속 글램핑
뉴질랜드 크로스 힐 롯지&돔

크로스 힐 롯지&돔
크로스 힐 롯지&돔
깊은 산속에서의 캠핑은 어쩌면 우주여행을 꽤 닮았는지 모른다. 인간의 흔적이 드문, 오롯이 거대한 자연 속의 일부가 되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작은 존재임을 깨달을 때 느끼는 감동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감동의 길은 쉽지 않다.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 필요한 세간살이를 챙기고, 텐트를 피랴, 불을 지피랴…. 그렇게 펼쳐 놓은 한 짐을 다시 꾸려오는 생각만 해도 벌써 기진맥진한다.

뉴질랜드에는 이 수고로움을 생략하고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뉴질랜드 남섬은 원시 자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장대한 절경을 만날 수 있는 곳.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반지의 제왕’이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풍경”이라고 말했다. 남섬 중에서도 와나카 지역은 1970년대부터 현지 캠퍼와 모험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 자리한 글램핑 콘셉트의 럭셔리 리조트 크로스 힐 롯지&돔은 쾌적한 시설 안에서 캠핑을 경험할 수 있다.

둥그스름한 돔 형태의 독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통유리창. 이 창 덕분에 아늑한 객실 안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청량한 녹음이 가득한 숲, 시릴 듯이 파란 호수를 만끽할 수 있다. 마치 숲 안에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레스토랑에서는 호숫가에서 목초를 먹고 자란 사슴, 현지 농산물 등을 이용한 유기농 음식을 내놓는다. 이곳의 진가는 해 질 녘부터다.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별이 은하수를 이룬다. 태평양을 건너 남반구로 향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몰디브 바다와 하나로 '지속 가능한' 낙원
리츠칼튼 몰디브 파리 아일랜드

리츠칼튼 몰디브 파리 아일랜드
리츠칼튼 몰디브 파리 아일랜드
지금 이 순간, 기후 위기에서 자유로운 곳이 있을까. 기후 위기는 모든 인류가 당면한 문제다. 인도양의 천국이라는 몰디브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을 위기에 처했으니, 어쩌면 가장 직접적인 위기에 직면한 곳 중 하나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몰디브에 새 리조트를 건설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우선순위로 둔 가치도 이 낙원을 보존하는 것이었다. 설계 단계부터 바닷속 산호 등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구상했다. 건축 단계에서 절삭 가공을 하지 않고, 폐기물과 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방식으로 건축했다.

그렇게 완성한 공간이 리츠칼튼 몰디브 파리 아일랜드다. 지난해 문을 연 이 리조트 곳곳은 몰디브의 철학과 정신이 녹아 있다. 디자인은 청록색 석호(潟湖)와 소용돌이치는 바닷바람 등 몰디브의 자연경관에서 영감을 얻었고, 현대적인 건축물도 몰디브의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해 물결과 어우러지는 리조트는 독채 사이에 흐르는 바다와 바람을 자연스럽게 건축 요소로 끌어들인다. 멀리서 보면 바다와 섬의 일부인 듯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가구와 패브릭 제품은 몰디브 전통 예술가의 참여를 통해 로컬의 색을 녹여냈다. 객실마다 인피니티 풀을 갖추고 있어 수평선을 바라보며 너른 바다 안에서 헤엄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