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전개 답습 '우영우' 독자평가 꼴찌권…'사바하' 새 인물로 집중도↑
각색 역량 갈수록 중요해져…"웹툰 문법 알고 원작 이해도 높아야"

흔히들 김치찌개는 김치만 맛있으면 잘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적재산(IP)은 다르다.

아무리 재밌고 이미 인기를 검증받은 이야기라더라도, 다른 매체에 옮겨 담았을 때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유명 드라마를 웹툰으로 옮길 때 원작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늘면서 각색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4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끈 웹툰화 사례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원작으로 한 동명 웹툰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고, 단숨에 목요 웹툰 조회 수 1위를 기록했지만 정작 독자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현재 웹툰 '우영우'의 별점은 6.83점으로, 목요 웹툰 83개 가운데 82위다.

전체 요일 웹툰 연재·휴재작 가운데서도 '우영우'보다 점수가 낮은 작품은 표절 논란에 휩싸인 '달의 요람'과 '그녀의 육하원칙'뿐이다.

신드롬 수준이었던 동명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연재를 시작해 화제성이 충분했는데도 악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웹툰 '연애의 발견'은 2014년 방송된 동명의 인기 드라마가 원작이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애의 발견'은 목요 웹툰 83개 작품 가운데 조회 수로 67위를 기록해,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별점은 9.87점이지만, 꾸준히 읽는 독자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원작 드라마가 매해 여름마다 생각나는 '인생 드라마'로 꼽혀왔고, 충성스러운 팬층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우영우'와 '연애의 발견' 모두 원작의 주요 사건이나 대사, 전개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점이 눈에 띈다.

이미 원작을 아는 독자의 경우에는 봤던 내용을 다시 보는 셈이라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웹툰에서는 박은빈·정유미 등 배우들이 열연을 통해 만들어낸 드라마 캐릭터의 생생한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새 독자들도 몰입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반면, 원작에 과감한 칼질을 해 웹툰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장재현 감독의 한국형 오컬트 영화 '사바하'를 원작으로 한 동명 웹툰의 경우 원작에 없던 인물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인 박웅재 목사의 조력자인 '박 반장'은 영화에는 없던 인물로, 원작에서 비중이 작았던 두 인물을 하나로 뭉친 새 캐릭터다.

리디 관계자는 "이야기가 여러 회차로 나뉘어 전개되는 웹툰 특성상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면 독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작은 역할을 가진 주변 인물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여러 인물의 역할을 한 인물에게 부여해 중요 캐릭터로 각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3일 연재를 시작한 웹툰 '사바하'는 현재 리디 공포·추리 부문에서 주간 1위, 월간 2위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은 듯 최근 동명 영화 원작의 웹툰 '끝까지 간다'의 경우 아예 주인공 '고건수'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다.

성별 반전을 통해 인물 간의 관계성이나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과감히 각색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과감하면서도 기존 독자와 새 독자가 모두 납득할 만한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각색 작가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기성 작가들도 각색 작가로 활약하기도 한다.

2009년부터 '악당의 사연', '야! 오이', '가담항설', '니나의 마법서랍' 등 다수의 웹툰을 내놓은 랑또 작가는 지난달 웹소설 원작의 '마술하는 섹시한 남자'의 각색을 맡았다.

웹소설 원작의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웹툰의 경우 '악마와 계약연예' 스토리 작가이자 '남팬만화'를 그린 장진 작가가 각색 담당이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각색 작가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며 "웹툰의 문법을 알고 있어야 하고, 원작에 대한 이해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