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노위원장 지몽스님 "'우리는 하나' 절실히 느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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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주년 기념 간담회…"머리로 관념적으로 느꼈던 불교, 현장서 공감"
최근 벌어진 '승려 집단폭행'에 "조계종 승려로서 부끄러워" 고백 "현장에서 고통받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목소리로 외치고 할 때 하나 되는 마음, 그게 지난 10년의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사상, 우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 위원장 지몽스님은 2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연 사노위 창립 1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그간 사노위 활동을 하며 가장 흡족했던 순간을 묻자 이같이 소회를 털어놨다.
온 세상의 존재가 하나하나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한 몸처럼 이어져 있고, 행복과 고통 또한 따로가 아니기에 우리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지난 사노위 활동을 통해 몸소 겪은 일이라고 지몽스님은 부연했다.
"저도 삭발염의하고 관념적으로 불교를 인식했어요.
이렇게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을 사회에 펼치면서 (관념적이었던 불교를) 공감하게 됐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세상에 나타내야 한다고 말이죠."
사노위는 2012년 쌍용자동차 사태를 시작으로 파인텍과 콜트 콜텍, KTX 여승무원 문제 등 노사갈등이 첨예한 현장에 언제나 함께 있었다.
거리 한쪽에서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고, 이마부터 발끝까지 땅바닥에 닿는 오체투지로 행진을 하는 것은 사노위가 억울하고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에 연대하는 '불교적 방법'이었다.
참여불교 정신은 노동 현장을 넘어 사회적 참사 현장으로 이어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과 교사가 목숨을 잃자 사노위 스님들은 조용히 목탁을 들고서 작은 고기잡이배에 몸을 실었다.
부표가 떠 있던 바다 위 참사 현장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인양을 위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목탁을 치며 기도를 올렸다.
KT 해고 노동자 출신으로 스님들과 함께 사노위를 끌어온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장기 농성장에서 함께 기도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면서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은 정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순직을 인정받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노위는 노동이나 사회적 갈등 현장 외에도 가난한 이들, 이 세상에서 죽음마저 외면당한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한 추모제도 지내왔다.
무연고자 사망은 누구도 그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노위 스님들은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를 올리며 천도재를 지냈다.
지몽스님은 "오체투지, 108배, 10만 배 등 여러 활동이 있었지만 죽음 이면의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기억했다.
사노위 활동이 창립 때부터 종단 안팎에서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스님들 사이에서 "너희가 빨갱이냐", "왜 데모를 하느냐", "왜 사회 문제에 개입하느냐"며 오해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사노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했다.
질책보다는 격려하는 이들, 사노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큰 차이점이다.
지몽스님은 "제가 6년 전에 이 활동을 시작할 때 느꼈던 주변 말씀이나 인식이 이제는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면서 "요즘에는 노동자분들이 무조건 사노위가 와달라고 한다.
이런 게 바로 바뀐 것"이라고 반겼다.
사노위 스님들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동료 승려인 도반을 통해 활동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거리로 나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1명으로 시작한 사노위 소속 승려는 10년 만에 2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지방 사찰에 머물고 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서 다음날 오체투지를 위해 밤 기차를 타고 오는 스님들이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거리에서 마주했던 사노위 스님들은 불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높인 데 기여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일부 승려들의 반불교적 행태는 이들의 오랜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최근 봉은사 앞에서 벌어진 승려 집단폭행은 도무지 벌어질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간담회에 함께 한 여등스님은 "마음이 안타깝고, 조계종 승려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며 스님들이 축원할 때 외는 글귀인 '처세간 여허공 여련화 불착수 심청정 초어피(處世間 如虛空 如蓮花 不着水 心淸淨 超於彼)'를 소개했다.
이는 세간에 살면서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더러운 물에도 오염되지 않는 연꽃처럼, 마음을 깨끗이 해 완전한 행복의 세계로 나가라는 뜻이다.
여등스님은 "인연 속에서, 연기 속에서, 이 세상에서 마음 청정 유지하며 같이 더불어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묻고, 이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수행자로서 그 본분을 다했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들렸다.
지몽스님과 양한웅 집행위원장에게 사노위 앞에 놓인 향후 10년을 어떤 활동으로 채워가고 싶은지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해온 것처럼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사회적인 중요한 담론에 대해서 적극 참여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은 다른 이슈보다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주력하고 싶습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많은 인식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지몽스님)
"우리가 열심히 활동해왔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단체들은 수십 년간 인권, 노동, 통일과 관련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다른 단체들이 앞서 나간 것들을 배우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최근 벌어진 '승려 집단폭행'에 "조계종 승려로서 부끄러워" 고백 "현장에서 고통받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목소리로 외치고 할 때 하나 되는 마음, 그게 지난 10년의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동체대비(同體大悲) 사상, 우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구나라는 걸 절실히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 위원장 지몽스님은 2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연 사노위 창립 1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그간 사노위 활동을 하며 가장 흡족했던 순간을 묻자 이같이 소회를 털어놨다.
온 세상의 존재가 하나하나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한 몸처럼 이어져 있고, 행복과 고통 또한 따로가 아니기에 우리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는 지난 사노위 활동을 통해 몸소 겪은 일이라고 지몽스님은 부연했다.
"저도 삭발염의하고 관념적으로 불교를 인식했어요.
이렇게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을 사회에 펼치면서 (관념적이었던 불교를) 공감하게 됐습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세상에 나타내야 한다고 말이죠."
사노위는 2012년 쌍용자동차 사태를 시작으로 파인텍과 콜트 콜텍, KTX 여승무원 문제 등 노사갈등이 첨예한 현장에 언제나 함께 있었다.
거리 한쪽에서 매일같이 기도를 올리고, 이마부터 발끝까지 땅바닥에 닿는 오체투지로 행진을 하는 것은 사노위가 억울하고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에 연대하는 '불교적 방법'이었다.
참여불교 정신은 노동 현장을 넘어 사회적 참사 현장으로 이어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과 교사가 목숨을 잃자 사노위 스님들은 조용히 목탁을 들고서 작은 고기잡이배에 몸을 실었다.
부표가 떠 있던 바다 위 참사 현장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 인양을 위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목탁을 치며 기도를 올렸다.
KT 해고 노동자 출신으로 스님들과 함께 사노위를 끌어온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장기 농성장에서 함께 기도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라면서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은 정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순직을 인정받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노위는 노동이나 사회적 갈등 현장 외에도 가난한 이들, 이 세상에서 죽음마저 외면당한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한 추모제도 지내왔다.
무연고자 사망은 누구도 그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노위 스님들은 무연고 사망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를 올리며 천도재를 지냈다.
지몽스님은 "오체투지, 108배, 10만 배 등 여러 활동이 있었지만 죽음 이면의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기억했다.
사노위 활동이 창립 때부터 종단 안팎에서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성향의 스님들 사이에서 "너희가 빨갱이냐", "왜 데모를 하느냐", "왜 사회 문제에 개입하느냐"며 오해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사노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했다.
질책보다는 격려하는 이들, 사노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큰 차이점이다.
지몽스님은 "제가 6년 전에 이 활동을 시작할 때 느꼈던 주변 말씀이나 인식이 이제는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면서 "요즘에는 노동자분들이 무조건 사노위가 와달라고 한다.
이런 게 바로 바뀐 것"이라고 반겼다.
사노위 스님들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동료 승려인 도반을 통해 활동에 참여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거리로 나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1명으로 시작한 사노위 소속 승려는 10년 만에 20명으로 불어났다.
이들 대부분은 지방 사찰에 머물고 있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서 다음날 오체투지를 위해 밤 기차를 타고 오는 스님들이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거리에서 마주했던 사노위 스님들은 불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높인 데 기여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잊을 만하면 벌어지는 일부 승려들의 반불교적 행태는 이들의 오랜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버리곤 했다.
최근 봉은사 앞에서 벌어진 승려 집단폭행은 도무지 벌어질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
간담회에 함께 한 여등스님은 "마음이 안타깝고, 조계종 승려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며 스님들이 축원할 때 외는 글귀인 '처세간 여허공 여련화 불착수 심청정 초어피(處世間 如虛空 如蓮花 不着水 心淸淨 超於彼)'를 소개했다.
이는 세간에 살면서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더러운 물에도 오염되지 않는 연꽃처럼, 마음을 깨끗이 해 완전한 행복의 세계로 나가라는 뜻이다.
여등스님은 "인연 속에서, 연기 속에서, 이 세상에서 마음 청정 유지하며 같이 더불어서 어떻게 잘 살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묻고, 이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수행자로서 그 본분을 다했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들렸다.
지몽스님과 양한웅 집행위원장에게 사노위 앞에 놓인 향후 10년을 어떤 활동으로 채워가고 싶은지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해온 것처럼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사회적인 중요한 담론에 대해서 적극 참여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은 다른 이슈보다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주력하고 싶습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많은 인식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지몽스님)
"우리가 열심히 활동해왔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단체들은 수십 년간 인권, 노동, 통일과 관련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다른 단체들이 앞서 나간 것들을 배우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