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HLB제약이 공동 투자한 미국 베리스모 테라퓨틱스가 차세대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로 사람 대상 임상에 돌입한다.

베리스모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CAR-T 치료제인 ‘SynKIR-110’의 임상 1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적응증은 메조텔린 발현 난소암, 중피종 및 담관암이다. 회사는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1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조텔린은 악성 흉막·복막 중피종, 난소암, 담관암, 유방암, 췌장암 등 고형암에서 고도로 발현되는 세포 표면 당단백질이다. 메조텔린의 과발현은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해 종양의 형질전환 및 공격성 강화 등을 유발한다.

베리스모는 세계 최초로 승인된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생명공학회사다. CAR-T 관련 최다 특허를 보유한 펜실베니아대(유펜)에서 분사했다.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인 ‘KIR-CAR’를 기반으로 차세대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KIR-CAR는 세계 최초로 자연살해(NK) 면역세포의 수용체 구조와 유사한 ‘멀티체인’ 수용체를 T세포에 발현시켜 만든 CAR-T 치료제다. 이 수용체를 이용해 체내 신호전달물질인 ‘DAP12’를 자극, 혈액암 뿐 아니라 각종 고형암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 중이다. DAP12는 T세포나 NK세포가 암이나 감염 세포를 효과적으로 살상할 수 있게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이다.

또 KIR-CAR는 구조상 다양한 항원을 표적(타깃)하는 항체와 접목할 수 있어 적응증 확대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임상에서 KIR-CAR의 항종양 T세포 활성 유지 효능을 확인했다.

브라이언 김 베리스모 최고경영자(CEO)는 “KIR-CAR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임상의 시작은 수년간의 연구와 회사의 헌신을 보여주는 이정표”라며 “심각한 미충족 수요가 있는 질환의 환자들을 돕는 데 회사가 한걸음 발전해 기쁘다”고 말했다.

베리스모는 지난 2월 한국에 자회사인 베리스모아시아를 설립했다. 이를 아시아 시장 진입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베리스모아시아는 향후 아시아 지역에 특화된 다양한 CAR-T 치료제를 개발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HLB와 HLB제약은 지난해 4월 베리스모 지분 30%를 취득하며 이 회사와 연을 맺었다. 올 6월 말 기준 HLB는 9.61%, HLB제약은 35.24%의 베리스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베리스모 투자를 통해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넘어 면역세포치료제 특히 CAR-T 치료제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HLB제약이 국내 및 아시아 지역의 생산과 판매 권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HLB 관계자는 “베리스모는 CAR-T 상업화에 성공했던 팀의 경험 및 유펜의 뛰어난 여건(인프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임상도 수월할 것”이라며 “HLB제약이 CAR-T 치료제 생산 및 판매 권리를 확보할 예정인 만큼, 향후 베리스모와 HLB그룹 간 상승효과(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