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부 팔린 '불편한 편의점' 2편 출간…생계형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독자와 사이에 고속도로 열어준 책"…선배 편의점서 모티브 얻어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나는 세태 소설 쓰는 대중작가"
"소설 집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데 21년이 걸렸네요.

"
70만 부가 팔린 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호연(48)은 "2001년 영화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가난하든 힘들든 꾸준히 쓰다 보니 운이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1년 4개월 만에 후속편 '불편한 편의점2'를 펴냈다.

2편은 1쇄만 10만 부를 찍어 이미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만난 그는 "전편을 이기는 속편이 없단 생각에 고민했다"며 "2편을 기다리는 독자들 성원과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게 속편'이란 동료 작가들 조언에 두려움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나온 '불편한 편의점'은 1년여간 출판계를 뜨겁게 달궜다.

출간 다음달부터 2쇄·3쇄를 찍더니, 6월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 종합 1위를 하고,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다.

휴머니즘이 깃든 '힐링 소설'로 청소년들도 찾아 올해 상반기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1위를 휩쓸었다.

포털 리뷰가 1천여 건, 인스타그램 게시물도 1만7천 개에 달했다.

다섯 번째 소설 만에 이름을 알린 김 작가는 "가족이 함께 읽었다는 댓글이 무척 좋았다"며 "'불편한 편의점'은 저와 독자 사이에 고속도로, 핫라인, 큰길을 만들어준 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랜 시간 연봉 1천만 원의 무명 작가로 살던 생계 걱정을 덜었고, 빚도 좀 갚았다"며 "소설가로 계속 살 수 있게 됐을 뿐, 저 자신은 바뀐 게 없다"고도 했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나는 세태 소설 쓰는 대중작가"
◇ "좌절한 이들이 재기하는 이야기"…"불편함이 시대 화두"
'불편한 편의점'의 모티브는 친한 선배가 차린 영등포구 문래동의 편의점에서 얻었다.

"대학 시절 데모하고 술만 마시던 선배였죠. 인상도 험악하고. 하하. 어디 가서 진상 소리를 들을지언정, 접객할 사람도 아니에요.

야간 아르바이트를 8개월 하고 편의점 점주가 됐다니 황당했어요.

'형이 하는 편의점은 좀 불편할 것 같은데?' 싶었죠."
김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이란 말이 지닌 형용모순이 마음에 쏙 들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친밀한 이방인', '밝은 밤' 같은 책 제목처럼.
게다가 친구가 그즈음 명예퇴직을 하고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 에피소드를 모으기 쉬웠고, 자신 또한 편의점 애호가였다.

그러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망원동 브라더스'(2013) 이후 '연적'(2015), '고스트라이터즈'(2017), '파우스터'(2019)가 독자들과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출판사와 출간 계약을 맺지 않고 2019~2020년 영화 시나리오 작업 틈틈이 '불편한 편의점'을 썼다.

그는 "편의점은 동네 주민들이 오가며 대화하는 어릴 적 구멍가게 같고, 위험에 처한 이들의 방범초소 역할도 한다"며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에는 분명 이야기가 있다.

서민들, 동네 이야기라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나는 세태 소설 쓰는 대중작가"
2편은 지난해 12월 제주에 작업실을 얻어 올해 6월까지 7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1편에서 1년 반이 흐른 여름날의 청파동 편의점은 사장과 직원, 손님이 바뀌었지만 전작과의 고리는 촘촘하다.

1편 마지막에 시작된 코로나19가 심화한 상황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다.

그는 "독자들이 적자이던 편의점이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했다"며 웃었다.

1편이 서울역 노숙인 독고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직원이 되며 전개됐다면, 2편은 독고와 오버랩되는 새 야간 아르바이트 직원 근배가 중심축이 된다.

김 작가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독고와 근배의 연결지점을 설정하니 이야기가 쉽게 풀렸다"고 했다.

또다른 새 인물인 20대 취준생 '알바' 소진, 손님인 인근 정육식당의 최사장과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고등학생 민규 등의 사연이 에피소드마다 전개된다.

고등학생을 담은 건 1편에 호응해준 중고생 독자들을 위한 작가의 작은 배려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한층 열악해진 청년 세대 구직난, 자영업자의 고통 등 지금 세태를 리얼하게 반영한다.

처음엔 근배의 지나친 오지랖이 불편하지만 위안을 얻으며 고독을 떨치고, 가족과 화해하고, 꿈도 찾아간다.

김 작가는 "쓸데없는 참견은 불편한 요소이고, 코로나 시대 자체도 불편하지 않나"라며 "불편함이란 게 우리 시대 화두인데 (힘이 되기도 하니) 마냥 나쁜 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중작가이고 세태 소설을 쓴다"며 "코로나도 있지만 인생도 힘들지 않나.

좌절한 이들이 다시 일어나 재기하는 이야기로, 고민과 어려움을 진실되게 나누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나는 세태 소설 쓰는 대중작가"
◇ 긴 무명 거쳐 첫 히트작…3편은 '글쎄'
이야기의 친밀감을 높이는 건 생생한 글맛이다.

1편에서 외로운 가장의 혼술 메뉴 '참참참'(참이슬 소주, 참깨라면, 참치김밥)이 있었다면, 2편에선 취준생이 홀로 먹는 '참치'(참이슬, 자갈치 과자)가 등장한다.

아르바이트생 간에 유통기한이 막 지난 폐기 도시락을 차지하려는 신경전이나 '제이에스'(진상) 손님들까지 마치 드라마 속 장면처럼 펼쳐진다.

술술 읽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은 이야기꾼 이력에서 나온다.

김 작가는 영화사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출판 편집자, 만화 스토리 작가를 거쳐 전업 작가가 됐다.

영화 '이중간첩'(2003), '태양을 쏴라'(2015) 시나리오와 '남한산성'(2017) 기획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불편한 편의점' 인물들처럼 좌절의 연속이었다.

신춘문예에 두 번 떨어지고, 처음엔 영화 시나리오도 팔리지 않았다.

2007년 전업 작가로 나섰지만 긴 무명 생활이 이어졌고, '망원동 브라더스'로 주목받았지만 스릴러 등 잇단 소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산문집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2020)는 출판사 7곳에서 거절당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돈이 생기면 몇 개월씩 소설에 집중하는 생계형 작가였다.

그러나 운 좋게도 다섯 편 소설이 모두 영화와 드라마 판권 계약을 마쳤다.

'불편한 편의점'도 ENA채널에서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2편의 호응이 벌써 심상치 않아 3편 계획이 궁금했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계획이 없으니까요.

제가 열린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2편에서 이야기를 다 풀었다고 생각하거든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