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쿨란스키가 쓴 '우유의 역사' 출간
'신의 음료'부터 '하얀 독약'까지…우유 1만년 역사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galaxy)는 은하수(milky way)라 불리기도 한다.

둘 다 '젖, 우유'를 뜻하는 그리스어 '갈라'(gala)에서 파생됐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은하수는 여신 헤라가 헤라클레스에게 젖을 물리는 동안 흘린 우유로 만들어졌다.

우유 방울 하나하나가 한 점의 빛이 되고 별이 되었다.

수많은 문화에 우유를 주제로 한 이런 창조 신화가 있다.

서아프리카 풀라니족은 세상이 거대한 우유 한 방울로 시작됐다고 믿는다.

노르웨이 전설에는 암소에서 흘러나온 네 개의 젖 줄기가 네 개의 강을 이뤄 이제 막 태어난 세상에 양분을 공급했다고 한다.

최근 번역 출간된 '우유의 역사'(와이즈맵)는 시대와 대륙, 과학과 종교를 넘나들며 인류 문명에 기여한 우유의 1만 년 역사를 담은 책이다.

'대구', '소금' 등을 쓴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쿨란스키가 유제품 전문가, 환경운동가, 유목민 집단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취재를 거쳐 음식·문화·역사 등 우유와 관련한 거의 모든 내용을 책에 담았다.

'신의 음료'부터 '하얀 독약'까지…우유 1만년 역사
저자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우유는 대체로 천박한 음식으로 간주됐다.

그리스인들은 트라키아인들을 "버터 먹는 녀석들!"(Butter eaters)이라 부르며 경멸했다.

트라키아인은 그리스 북부에 살던 민족으로, 현재 불가리아인들의 조상이다.

소젖 대신 그리스인은 주로 양과 염소젖을 먹었다.

이 때문에 소를 키우고 소젖으로 버터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을 별종 취급했다.

대체로 남부 유럽 사람들은 유제품을 많이 먹는 게 북부인들의 본성이 야만적이라는 증거라며 그들을 경멸했다.

브리튼을 점령한 로마의 대장군 카이사르는 북부인들이 우유와 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는지를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신의 음료'부터 '하얀 독약'까지…우유 1만년 역사
이와 달리 초기 교회에서는 우유가 신성시됐다.

신도들이 우유를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세가 되면서 우유는 다시 천시됐다.

가톨릭에서는 붉은 고기와 함께 유제품 섭취를 금했다.

우유는 피와 마찬가지로 액체였고, 많은 사람이 우유를 그리스도의 피가 아니라 꺼림직한 피와 같다고 믿었던 탓이다.

위생 관념이 부족했던 근대에는 수많은 사람이 우유를 마시고 목숨을 잃었다.

독성 있는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우유를 마시거나 상한 우유, 콜레라가 있는 우유를 마시고 죽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사육장에서 키워진 소에게서 생산된 우유는 '구정물 우유'라 불렸다.

이를 마신 인간의 건강도 악화했다.

우유는 점점 '하얀 독약'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런데도 우유에 대한 인류의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유럽과 중동에서는 우유와 관련한 제품을 끊임없이 만들었다.

치즈, 버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 수많은 음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요리들이 만들어졌다.

미국인들은 버터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를 발명하기도 했다.

파스퇴르는 저온 살균 공법을 개발해 우유의 안전도를 높였다.

저자는 "미래에도 우유에 관한 오래된 쟁점들이 대부분 그대로일 것"이라며 "역사는 우유에 관한 논쟁이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정희 옮김. 472쪽. 1만9천원.
'신의 음료'부터 '하얀 독약'까지…우유 1만년 역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