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유학 중 결성…20일 예술의전당서 정기연주회
"서로에 대한 이해심 어우러지며 매일 발전…칠순 되면 기념연주회 열래요"
따로 또 같이 17년째…'보헤미안'으로 팬 만나는 트리오제이드
"우리 트리오나 한번 같이해볼까?"
2006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CNSM).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연주회가 끊이지 않던 파리에서 수업이 끝나면 음악회를 찾아다니며 선배 연주자들의 음악 '세례를 받았던 한국 유학생 세 명은 실내악 수업을 함께 참여한 것을 계기로 삼중주단을 결성한다.

빛나는 음악의 미래를 꿈꾸며 이들이 지은 앙상블의 이름은 보석이라는 뜻의 '제이드'(Jade).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박지윤, 피아노 김효주로 구성된 '트리오 제이드'는 서울과 파리에서 각자 연주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팀워크를 갈고 닦으며 데뷔 17년 차를 맞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며 박지윤만 홀로 파리에 남아 명문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에서 동양인 최초로 악장이 됐다.

맏언니 이정란(첼로)은 서울시향 부수석으로 7년간 활동하다 독주자로 나섰고, 김효주(피아노)는 독일로 건너가 하노버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서 2015년 이후 국내에 정착해 꾸준히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트리오 제이드는 2015년 슈베르트 국제실내악콩쿠르 피아노 삼중주 부문에서 한국팀으로는 최초로 1위 없는 3위에 입상한 데 이어 같은 해 트론헤임 국제 실내악콩쿠르에서도 3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오는 2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보헤미안'이라는 제목의 정기 연주회를 여는 '트리오 제이드'를 지난 7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피아노 트리오의 매력이요? 글쎄요.

각자 솔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다 보여줄 수 있으면서 셋이 제대로 합을 맞췄을 때 에너지를 막 발산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게 매력이지요.

"(이정란)
옆에서 박지윤은 "각자 솔리스트로 활동하거나 다른 실내악을 하면서 배우고 얻는 것을 트리오에서 활용하면서 시너지를 더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브람스 피아노 삼중주 전곡 연주회를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주 일정이 취소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때 맹연습했던 브람스의 피아노삼중주 제1번 나장조는 대신에 이번 정기연주회의 마지막 곡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가장 공들여 준비한 곡은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삼중주 제3번 바단조다.

방대한 이 곡은 이번에 처음에 무대에 올리는 것이라 연습량도 가장 많다고.
따로 또 같이 17년째…'보헤미안'으로 팬 만나는 트리오제이드
"제목을 '보헤미안'으로 한 것도 이 곡 영향이 커요.

드보르자크는 뼛속까지 체코인이고 보헤미안적 감성으로 곡들을 썼는데 이 곡을 쓸 당시에는 브람스의 영향 많이 받았다고 해요.

보헤미안의 느낌과 독일적 감성이 섞여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함께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박지윤은 "제가 그래도 1년에 서너 차례는 한국에 꼭 들어온다"면서 "귀국하면 매일 셋이 만나 연습한다"고 했다.

17년째 '트리오 제이드'로 실내악을 꾸준히 해온 이들은 전공자들 사이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독주자의 길 외에 실내악 전문 연주자를 지망하는 일이 많아져 선배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요즘 학생들을 가르쳐보면 '저는 좋은 콰르텟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음대 다니며 뜻 맞는 친구들을 만나 실내악 팀을 꾸리는 일도 많아졌어요.

클래식의 저변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 같습니다.

"(이정란)
정기연주회 외에도 이들의 캘린더는 다른 연주 일정들로도 빼곡하다.

16일에는 '앙상블 유니송' 창단 25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베토벤 삼중 협주곡 다장조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에 앞서 피아니스트 김효주는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바흐 플러스'에서 '임윤찬의 스승' 손민수와 바흐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C단조를 들려준다.

'트리오 제이드'와 같은 소속사(목프로덕션)인 임윤찬 역시 이날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 F단조를 선보인다.

첼리스트 이정란은 9월 23일 예술의전당에서 '보헤미안 숲으로부터'라는 제목의 리사이틀로 독주자로서 관객을 만날 계획이라고.
팀으로서 포부를 묻자 말수가 별로 없던 김효주가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

"우리끼리는 늘 얘기해요, 칠순이 되면 기념음악회를 하자고. 먼 미래의 일로만 느껴졌는데 시간이 참 빨리 흐르잖아요.

그때까지 방대한 피아노 삼중주 레퍼토리들을 차근차근히 해보려고요.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할 주제를 잡아 빨리 음반도 내고 싶습니다.

"
말문이 터진 김효주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의 사람됨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삶의 이야기들이 꽤 많이 쌓였어요.

요즘엔 그런 게 음악에 묻어나고, 또 서로에 대한 이해심이 어우러지며 하루하루 예상치 못한 길로 발전하는 걸 느껴요.

어릴 적보다 오히려 요즘 매 순간이 설렙니다.

"
따로 또 같이 17년째…'보헤미안'으로 팬 만나는 트리오제이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