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치고 패인 도로…물살에 떠밀려와 곳곳에 처박힌 차량 '아수라장'
정육가공·가구천갈이 업체 등도 침수…"비 더 온다는데 걱정 태산"

"어젯밤 걱정돼 밖을 내다보는데 주먹만 한 돌멩이들이 검붉은 흙탕물에 섞여 내려오는데 산사태가 난 줄 알았다니까요.

"
[중부 집중호우] "산사태 난 줄 알았다"…쑥대밭으로 변한 광주 지월리
9일 오전 복구 작업을 벌이던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주민 강기원(75) 씨는 밤새 내린 폭우로 마을 곳곳이 침수된 순간을 떠올리며 손사래를 쳤다.

초월읍 칠사산 자락 비탈면에 빼곡히 들어선 이곳 빌라 단지에 물난리가 난 시각은 8일 오후 8시 30분을 조금 넘어서다.

8일 새벽부터 9일 오전 7시까지 초월읍에 내린 비는 327㎜. 기상청은 10일까지 경기 남부지역에 최고 35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해 마을 주민들은 응급 복구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

수마가 휩쓴 비탈면 도로의 가장 위쪽 산자락에는 단독형 주택단지 공사 현장이 있었다.

주민들은 이 현장이 있는 산기슭에서 빗물과 함께 쓸려 내려온 토사와 돌들이 주차된 차량을 밀고 내려가고, 맨홀 뚜껑을 들어 올려 5m 이상 날려 버릴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중부 집중호우] "산사태 난 줄 알았다"…쑥대밭으로 변한 광주 지월리
비탈면 양측에 들어선 빌라 앞에 주차된 일부 자동차는 10m가량 떠내려가 다른 동빌라 벽면에 처박혔다.

빗물에 휩쓸려온 자갈들이 범퍼에 잔뜩 낀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빌라 1층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은 침수 피해를 봤다.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던 한 주민은 주변 이웃들이 갖고 있던 실내 건조기를 모두 빌려와 집안 곳곳을 말리고 있었다.

이 집 베란다 창문에는 전날 밤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임시로 쌓아 놓은 모래주머니들도 눈에 띄었다.

이 주민은 "순식간에 흙탕물이 들어와 거실, 방, 화장실 할 것 없이 물난리가 났다"며 "밤새 물을 퍼내고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부 집중호우] "산사태 난 줄 알았다"…쑥대밭으로 변한 광주 지월리
비탈면 도로 1천500m 구간 중 아스콘 포장이 돼 있는 하단부 130여m 구간은 거센 물줄기로 인해 군데군데가 솟아오르고 곳곳이 패여 걸어서 지나가기조차 쉽지 않았다.

응급 복구를 위해 동원된 굴착기 한 대가 엉망이 된 도로에서 나온 아스콘 조각들과 산기슭에서 휩쓸려 내려온 돌들을 치우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침수 피해는 마을 비탈면 아래에 있는 소파 천갈이 공장과 정육 가공업체 등에서도 잇따랐다.

[중부 집중호우] "산사태 난 줄 알았다"…쑥대밭으로 변한 광주 지월리
이곳에서 10년간 소파와 가구 천갈이 사업장을 운영한 김갑교(65) 씨는 "퇴근할 때 걱정돼 공장 정문 앞에 물막이 판을 대고 퇴근했는데 아침에 와보니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차 공장 안이 엉망이 됐다"며 "오늘내일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치우기도 어렵고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역시 침수 피해를 본 인근 정육가공업체 사장 심규성(44) 씨는 "전날 밤 걱정돼 퇴근하지 않고 공장을 지켰는데 밤 10시쯤 물이 밀려오더니 순식간에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찼다.

냉장고에 정육 재고 8천만∼1억원 어치가 있었는데 보험처리가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귀형 지월3리 이장은 "지난달 말에도 비가 많이 내려 산자락 위쪽 주택단지 현장에 수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면서 "그래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부 집중호우] "산사태 난 줄 알았다"…쑥대밭으로 변한 광주 지월리
이에 주택단지 현장 관계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손 쓰기 어려웠다"고 했다.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가 패는 등 수마가 할퀸 마을 곳곳에서는 복구작업이 한창이었지만 경기 남부에 오는 12일까지 최대 350㎜ 이상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광주지역에는 전날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401.5㎜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으며, 이로 인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한편, 이날 기자가 오전 10시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에서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이곳 마을까지 접근하는데 도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지·정체가 이어져 평소 30분이면 도착할 거리가 반나절 가까이 걸리는 등 교통 혼잡이 극심했다.

이귀형 지월3리 이장은 "우리 마을 입구로 올라가는 길 앞에서 퇴촌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는데 이 길에 토사가 쏟아져 길이 막히는 바람에 일대 도로가 오전 내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며 "굴착기가 긴급 복구에 나서 오후부터는 길이 다시 열렸다"고 전했다.

[중부 집중호우] "산사태 난 줄 알았다"…쑥대밭으로 변한 광주 지월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