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제조·닝보산산·거린메이·궈시안가오커 등

중국 기업 4곳이 해외예탁증서(GDR) 발행으로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 첫 상장됐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건축자재 제조기업인 커다제조(科達製造)와 리튬 배터리 제조사인 닝보산산, 선전 증시에 상장된 배터리 재활용 기업 거린메이(格林美·GEM)와 배터리 제조사 궈시안가오커 등이 이날 스위스 취리히 증권거래소에서 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시작했다.

거래 개시에 앞서 이들 기업은 GDR 발행으로 해외 기관 투자자로부터 총 15억 달러(약 1조9천560억 원)를 조달했다.

GDR은 기업이 해외에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 할 때 국내에 원 주식을 보관하고 해외에서 유통할 목적으로 발행한 대체 증서다.

이로써 이들 4개 기업은 취리히증권거래소에서 GDR을 발행해 취리히 증시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게 됐다.

교차 거래라는 점에서 반대로 취리히 증시 상장사들의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같은 거래가 가능하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는 지난 2월 중국과 해외 주식 교차 매매 제도를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2018년 상하이·런던 주식 교차거래를 승인했고, 여기에 스위스· 독일·선전을 추가한 가운데 중국 기업의 취리히 증시 상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스위스 진출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미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을 대거 퇴출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끈다.

실제 SEC는 2020년 통과된 외국기업책임법(HFCAA)을 근거로 미 증시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명단을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 여기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등 4곳을 추가해 중국 기업 159곳이 퇴출 명단에 올랐다.

현재 미 증시에 중국 기업 270여 곳이 상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로펌 베어커 매켄지의 파트너인 왕항은 다른 주식 발행의 경우 승인 절차가 몇 달 또는 반년이 걸릴 수 있지만 취리히 증시 상장에 대해 중국 규제 당국이 "단 몇 주 만에" 승인했다고 말했다.

CNBC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이 아닌 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눈을 돌렸으며, 중국 당국도 빠른 승인으로 응답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