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징계 수준에 쏠린 눈…대표팀 기강해이 문제 뿌리 뽑을까 한국 동계스포츠의 대표적인 '메달 효자' 종목인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대표팀 내부에선 구성원들의 일탈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빙상계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을 나열하면 손을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폭행, 성폭행, 승부조작(일명 짬짜미), 음주 추태, 불법 스포츠 도박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2015년 당시 고등학생 신분인 쇼트트랙 남자 국가대표 A군은 외부에서 음주한 뒤 숙소에 들어와 추태를 부린 사건이 발생했고, 2016년엔 쇼트트랙 선수 5명이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충격을 안겼다.
그해 4월엔 고교생이 포함된 스피드스케이팅 상비군 선수들이 훈련 기간에 집단 음주를 하다 순찰하던 경찰에 발각돼 조사를 받고 풀려난 일이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심석희(서울시청)에게 폭행을 저질렀고, 이후 조 전 코치는 심석희에게 성폭행까지 저지른 일이 법정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2019년엔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 선수 A가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선수를 만나려고 진천선수촌 여자 숙소에 무단으로 출입했다가 발각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해 8월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선수 5명이 진천선수촌 숙소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됐다.
2020년엔 빙상 대표팀 내에서 큰 소란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대표팀 훈련이 아예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지난해 훈련을 재개했고, 올해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발생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리스트인 중장거리 간판 김민석(성남시청)이 22일 밤 음주한 뒤 개인 차량에 동료 선수들을 태우고 촌내에서 운전하다 보도블록 경계석을 충돌하는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김민석은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빙상연맹은 27일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고 징계 권한이 있는 스포츠공정위원회 개최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한국 빙상계, 특히 대표팀 내부에서 기강해이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구성원들의 안이한 인식 문제가 크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만 거두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 앞에서 물의를 일으킨 구성원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일쑤였다.
빙상연맹은 2016년 빙속 음주 사건 연루자들에게 해당 시즌 훈련 제외와 사회봉사 활동 50시간의 조처만 내렸고, 2019년 여자 숙소에 무단출입한 선수에겐 고작 출전정지 1개월 징계 처분만 했다.
논란을 일으킨 많은 선수는 경징계만 받고 보란 듯이 복귀했고, 버젓이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재기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선수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일탈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문제를 일으켜도 선수 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과 더불어 연맹과 대표팀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도 기강해이 문제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대표팀 지도자는 선수들의 빙상장 외부 일탈행위에 관해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소속팀의 입김이 워낙 강한데다 선수들의 저항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팀의 기강을 잡기 위해선 원칙에 맞는 징계를 내려야 한다"라며 "잘못된 행동을 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목소리를 높였다.
빙상연맹은 윤홍근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연맹 운영 자정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엄격한 징계 양정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두 명이 연루된 이번 사건에 빙상연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