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홍진호 "새로운 도전, 철없어 가능…내실 다지려구요"
첫 스튜디오 녹음 앨범 '모던 첼로' 28일 발매…내달 6일 공연
"장르 넘나드는 첼리스트? 다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
[고침] 문화(첼리스트 홍진호 "새로운 도전, 철없어 가능…)
조언과 훈수 대신 영감을 간직한다.

클래식 첼로를 전공하고 JTBC '슈퍼밴드1'에 출연해 밴드 '호피폴라'의 멤버로 우승까지 하며 자신만의 음악 행보를 만들어가고 있는 첼리스트 홍진호(37)가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서 그의 도전의 원동력을 엿볼 수 있었다.

28일 첫 스튜디오 녹음 앨범 '모던 첼로'의 발매를 앞둔 홍진호를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모던 첼로'는 권태은 음악감독,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을 비롯해 싱어송라이터 이진아, 가수 선우정아, 에코브릿지, 피아니스트 노영심 등 장르와 세대가 다른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한 앨범이다.

홍진호의 자작곡도 2곡 담겼으며 기존 클래식을 기반으로 현대적 감성을 담아 창작한 네오클래식으로 유명한 해외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올라퍼 아르날즈의 곡도 담겼다.

'모던 첼로'라는 앨범 제목은 개화기 조선에서 새로운 서구 문명을 발 빠르게 받아들인 '모던 보이'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1920, 30년대 이미지를 보면 거리에 한복을 입은 사람과 양복을 입은 사람이 한 장면에 찍혀있는 모습이 시대상과는 별개로 미적으로 멋스럽게 느껴졌어요.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가 접점에 놓일 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
첼로라는 고전적인 악기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곡을 연주하고, 유럽 작곡가의 곡도 담으며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 간의 접점을 만들고자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침] 문화(첼리스트 홍진호 "새로운 도전, 철없어 가능…)
클래식에 기반을 둔 연주를 하지만 밴드, 대중 가수, 국악인 등과 협업하며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홍진호는 "철이 없어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16년 독일 유학 후 귀국 연주회를 열며 당시 만연하던 초대권 문화에 반기를 들고,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슈퍼밴드'에 출연하는 등 남들이 으레 해오던 것들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 데에는 피로와 기쁨이 동시에 따라온다고 한다.

"저와 비슷한 음악을 기존에 했던 사람이 없다 보니, 조언을 구하지 않았는데도 주변에서 '이렇게 해야 돼,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얘기가 들려와 좀 피곤하죠. 그렇지만 남들이 하지 않은 색다른 음악을 만드는 과정 안에 내가 있다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이 커서 그냥 다 안고 가는 것 같아요.

"
"조언을 아무리 해줘도 잘 안 듣는 스타일"이라며 웃은 그는 "아직 철이 없어서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철이 없어서' 도전을 한다고 했지만 음악에 대한 고민,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누구보다 성숙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대중들이 르네상스 시대처럼 만능인을 원하는 것 같다"고 했던 그는 "지금은 저도 만능인이 되기를 원하지만, 마냥 이것저것 다 건드려보는 게 아니라 내실을 다지고 전문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만능인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다는 감사함을 갖고 있다.

"저에게 '장르를 넘나드는 첼리스트'라고도 해주시는데, 제가 잘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모두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서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계속 도움만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새롭게 도전을 한 것이 이번 '모던 첼로' 앨범이에요.

정말로 장르를 넘나드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첫 시작이죠."
[고침] 문화(첼리스트 홍진호 "새로운 도전, 철없어 가능…)
그의 주변에는 조언 대신 영감을 주는 소중한 인연들도 많다.

다음 달 6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앨범 발매 공연 '2022 썸머 브리즈: 홍진호의 모던 첼로' 무대에 함께 서는 싱어송라터 이진아, 크로스오버 싱어 박현수,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등이 그렇다.

"이진아, 박현수 씨 모두 음악인으로서, 그리고 사람으로서 너무 잘 통하는 사람들이에요.

조윤성 님은 이번 앨범의 전체 프로듀싱을 맡아 애써주신 분이라 항상 감사합니다.

앨범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죠."
앨범의 마지막 트랙 곡인 'Hymn Forest(휴식을 위한 송가)'를 작곡한 피아니스트 노영심과의 인연도 특별하다.

최근 드라마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노영심은 이번 앨범 녹음이 끝나기 사흘을 남겨두고 그와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우연히 지인을 통해 선생님을 알게 됐는데, 만날 때마다 영감을 주시는 분이에요.

그러다 제가 앨범 녹음 중이라는 말을 들으시곤 제주도에서 드라마 작업을 하시다 갑자기 저를 위한 곡을 써서 보내주셨어요.

제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끼는 곡 중 하나입니다.

"
'슈퍼밴드'를 통해 만들어진 밴드 '호피폴라'로서 활동 계획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멤버들끼리 여전히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피폴라'는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은 끝난 상태다.

[고침] 문화(첼리스트 홍진호 "새로운 도전, 철없어 가능…)
홍진호는 "내가 정말로 원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뭔지 아직 찾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전문성의 기반은 클래식 첼로에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첼로는 이제 내 삶의 일부죠. 거기에 더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필요한 영감과 기쁨을 주는 게 무엇인지는 아직 찾는 중이에요.

슬픔과 분노는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오지만 기쁨은 좀 더 애써 찾아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