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후기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가 1925년에 쓴 글에서 젊은 지휘자들에게 한 조언이다.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오페라 '살로메'를 비롯해 200곡 이상의 가곡을 만든 슈트라우스는 작곡가로서는 다채로운 음향을 추구했지만, 지휘자로서는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게 곡을 해석하기로 유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손동작과 얼굴 표정을 최소화하고 악보를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젊은 지휘자들에게 남긴 글에서 과장된 몸동작을 경계하라고 일갈한 슈트라우스는 "그대의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대의 청중들을 기쁘게 하려고 연주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덧붙인다.
슈트라우스가 생전에 남긴 에세이들을 모은 책 '사색과 기억'(포노)의 부제는 '예술과 인생에 대하여'다.
수많은 명곡을 내놓은 작곡가이기 전에 독일의 한 교양 시민이자 문화행정가로서의 슈트라우스의 면모와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모차르트의 위대한 천재성이 세상에 남긴 유산을 감사한 마음으로 가꾸겠다는 꿈을 품었고, 문학과 음악교육의 양과 질을 모두 높일 것을 꾸준히 역설한다.
당면한 현실에 예민한 문화행정가로서 예술가의 생계 보장과 예술의 수준 유지를 고민하며 저작권 문제에 관한 생각도 드러낸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시민들에게 가능한 한 수준 높은 예술을 선보이기 위한 그의 제안을 보면 슈트라우스의 당대와 오늘의 현실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동료 음악가들에 대한 경외심 어린 평가도 흥미롭다.
가령 슈트라우스는 말러에 대해 1910년에 쓴 글에서 그는 이렇게 적는다.
"구스타프 말러의 예술은 이 시대 예술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다.
나는 그의 교향곡들을 공개석상에서 먼저 소개하는 기회를 누려온 사람 중 하나로서, 말러가 널리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말과 행동으로 힘쓸 것이다.
이를 내 최고의 의무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
김윤미 옮김. 336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