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유교경전 계획…성균관 문묘에 김창숙 선생 등 위패 추가 구상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최영갑 신임 회장은 18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차례(茶禮)를 제사상처럼 차리는 게 문제"라며 "차례는 글자 그대로 간소하게 지내는 것으로 18∼20가지인 차례상 음식 수를 10가지 내외로 조정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의례 간소화' 작업이 한창 마무리 단계인데 오는 8월 중순께 기자회견을 통해 알리려 한다"며 "올해는 차례, 내년에는 기제사(忌祭祀)까지 간소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소화된 차례상에 올릴 10가지 음식으로는 "밥과 국, 과일, 나물, 포(脯), 술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과일이나 나물은 2∼3종류 정도만 상에 올리면 족할 것으로 봤다.
최 회장은 차례나 제사상의 대표 음식인 전(煎)이 간소화된 차례상에 빠졌다는 지적에 "예전에는 화려한 유밀과(油蜜菓)나 기름에 튀긴 음식은 권하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유도회총본부에 따르면 고려말 포은(圃隱) 정몽주가 들여온 '주자가례(朱子家禮)'나 15세기 말 성종 2년에 완성된 조선시대 기본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에는 벼슬 품에 따라 조상 몇 대(代)까지 제사를 모셔야 하는지를 적은 제례규정이 담겨 있다.
경국대전을 보면 3품 이상은 고조부모(高祖父母)까지 '4대'를 제사 지내고, 6품관 이상은 증조부모(曾祖父母)까지 3대, 7품관 이하 선비들은 조부모(祖父母)까지 봉사(奉祀)하며 서민(庶民)들은 부모만 제사 지낸다고 적고 있다.
1894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도가 철폐되고 효도에 신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느냐는 분위기가 되면서 누구든지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1969년 정부가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해 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내라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고, 이후 시대가 급변하며 오히려 제례 문제는 집안 갈등의 불씨가 되곤 했다.
최 회장은 "국민과 유림분들을 나눠 각각 1천명 정도씩 설문조사를 진행하고자 한다.
질문은 '몇 대'까지 제사를 지내는 게 좋은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라며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한 세태에 근거해 유교 변화의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1963년생인 최 회장은 역대 유도회총본부 회장 중에 나이가 가장 어리다.
올해 59세이지만 아직 유도회총본부에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쟁쟁한 어른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도 그가 의례 간소화 등 유교에 변화를 추진하는 건 '시대가 변하면 시대에 맞게 가야 한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그가 신임 회장으로서 구상하는 또 하나의 변화 방향은 '현대화 작업'이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유교 현대화'를 표방해왔어요.
그런데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국민에게 유교라고 하면 '꼰대', 고리타분한 이념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조선시대 유교를 그대로 가지고 온 느낌이랄까요.
"
최 회장은 우선 유교가 국민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그간 잘못 알려진 유교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는 교육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 어려운 한문으로 된 유교 경전도 최대한 한글화시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처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많은 국민이 이미 하는 것인데, 우리가 뒤따라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최 회장은 19일 공식 취임한다.
임기 3년 동안 '성균관 문묘'에 더 많은 유교 선현의 위패를 모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 문묘에는 공자와 그의 제자, 최치원, 퇴계·율곡 선생 등 39인의 유교 선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여기에 남명 조식 선생이나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폈던 유학자 심산 김창숙 선생 등 '살아있는 유교'를 대변할 이들의 위패를 새로 모시자는 것이다.
충무공 이순신 등 나라를 지켰던 무인의 위패도 모시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추가로 위패를 모시는 문제는 논쟁거리가 돼야 합니다.
엄청난 반대자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문묘에서 빠져있는 분 중에 훌륭한 분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이런 분들을 추배(趨拜)를 해야 유교가 살아있게 되는 겁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