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라지는 말들-말과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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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클래식×첫사랑 컬렉션·작은 선원들
▲ 사라지는 말들-말과 사회사 = 유종호 지음.
영문학자이자 한국 문단 1세대 평론가인 저자가 2020~2021년 '현대문학'에 총 23회에 걸쳐 연재한 에세이를 묶었다.
저자는 이번 저서에서 사회 변화의 일환으로서의 '어사'(語史)를 다뤘다.
말은 시대상과 생활상이 모두 담겨 사회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회와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고, 폐기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어사는 207개에 이른다.
이제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들로, 대부분 사라져 가는 모어(母語) 중의 모어가 대부분이다.
'설은살'은 동지섣달에 태어난 아이의 나이이고, '하루갈이'란 소가 하룻낮에 갈 수 있는 논밭의 넓이이며, '망골'은 약간 모자란 듯하면서 주책없는 언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저자는 낯설어진 언어들을 설명하고자 발생과 기원, 역사적인 함의, 실생활에서 사용한 용례 등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또 정지용, 김동인, 김유정, 윤동주, 제임스 조이스 등 동서양 작가들의 작품 안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두루 살핀다.
저자는 "이제는 옛말이 돼버린 듯한 어사를 검토해본다는 것은 내게는 말을 통한 잃어버린 시간의 탐구요, 많은 동반자를 희구하는 사회적 탐방이었다"고 소회를 밝힌다.
현대문학. 424쪽. 2만 원. ▲ 월북 클래식×첫사랑 컬렉션 = 제인 오스틴·이디스 워튼·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송은주·김율희·고정아·강명순 옮김.
고전 문학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펴내는 출판사 월북의 세계문학 브랜드 '월북 클래식'의 이번 주제는 첫사랑이다.
첫사랑 컬렉션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묶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지난 15일 공개된 '설득'은 여성이 꿈꾸는 미래가 오직 결혼이던 시절, 신분 차와 주위 반대로 헤어졌던 연인이 재회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다.
'순수의 시대'는 19세기 뉴욕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엇갈리는 사랑과 애증을 통해 인간 욕망과 사회 관습이 어떻게 대립하는지 포착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가 배경인 '위대한 개츠비'는 염원하던 부를 축적했지만 첫사랑을 위해 파멸로 걸어 들어가는 개츠비의 이야기이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스물다섯 살 청년 괴테가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월북은 "사랑은 문학이 추구해온 유구한 주제"라며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출발점으로서 첫사랑들이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이 시리즈는 번역에 중점을 두고 언어에 담긴 차별의 시각을 걷어냈다.
여자들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번역한 기존 방식을 버리고, 약자를 차별하는 언어를 순화했다.
'하녀'는 '하인'으로 '여류 작가'는 '작가'로 통일했다.
월북. 전 4권 세트. 5만4천200원. ▲ 작은 선원들 = 보리스 지트코프 글. 폴 젤린스키 그림. 홍한별 옮김.
20세기 러시아 대표 아동문학가 보리스 지트코프(1882~1938)가 1934년 발표한 단편에 미국 그림책 역사를 써온 화가 폴 젤린스키가 44년 전 일러스트를 그린 그림책이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젤린스키는 신인이었지만 이후 예일대에서 모리스 센닥에게 사사하고 칼데콧상을 네 차례 받으며 명성을 쌓았다.
이야기는 아이의 내면을 채운 호기심과 상상의 압력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할머니 집 선반에 놓인 모형 증기선 한 척을 본 보리스카는 한눈에 반해 갖고 놀고 싶지만 할머니는 단호하게 말한다.
"손도 댈 생각 하지 말아라."
증기선에 눈을 뗄 수 없었던 보리스카는 그곳에 살고 있을 작은 선원들을 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는 선원들이 들키지 않기 위해 밤에만 움직일 것 같아 밤잠을 설치고, 먹을거리를 찾으러 나올 것 같아 사탕과 빵 부스러기를 선실 문 앞에 놓아둔다.
선원들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자 보리스카의 행동은 점차 대담해진다.
젤린스키는 정교한 증기선에 빠진 아이의 열망을 담아내고자 세필 펜촉으로 미세한 선을 수없이 그려 세밀한 그림을 그려냈다.
당시 원화가 그대로 남아있어 발전된 기술로 새롭게 스캔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리스카가 할머니의 배에 집착했던 만큼 나도 이 작업에 집착했다"며 "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몰두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학동네. 64쪽. 1만4천 원.
/연합뉴스
영문학자이자 한국 문단 1세대 평론가인 저자가 2020~2021년 '현대문학'에 총 23회에 걸쳐 연재한 에세이를 묶었다.
저자는 이번 저서에서 사회 변화의 일환으로서의 '어사'(語史)를 다뤘다.
말은 시대상과 생활상이 모두 담겨 사회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회와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고, 폐기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어사는 207개에 이른다.
이제 실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들로, 대부분 사라져 가는 모어(母語) 중의 모어가 대부분이다.
'설은살'은 동지섣달에 태어난 아이의 나이이고, '하루갈이'란 소가 하룻낮에 갈 수 있는 논밭의 넓이이며, '망골'은 약간 모자란 듯하면서 주책없는 언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저자는 낯설어진 언어들을 설명하고자 발생과 기원, 역사적인 함의, 실생활에서 사용한 용례 등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또 정지용, 김동인, 김유정, 윤동주, 제임스 조이스 등 동서양 작가들의 작품 안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두루 살핀다.
저자는 "이제는 옛말이 돼버린 듯한 어사를 검토해본다는 것은 내게는 말을 통한 잃어버린 시간의 탐구요, 많은 동반자를 희구하는 사회적 탐방이었다"고 소회를 밝힌다.
현대문학. 424쪽. 2만 원. ▲ 월북 클래식×첫사랑 컬렉션 = 제인 오스틴·이디스 워튼·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송은주·김율희·고정아·강명순 옮김.
고전 문학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펴내는 출판사 월북의 세계문학 브랜드 '월북 클래식'의 이번 주제는 첫사랑이다.
첫사랑 컬렉션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묶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지난 15일 공개된 '설득'은 여성이 꿈꾸는 미래가 오직 결혼이던 시절, 신분 차와 주위 반대로 헤어졌던 연인이 재회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다.
'순수의 시대'는 19세기 뉴욕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엇갈리는 사랑과 애증을 통해 인간 욕망과 사회 관습이 어떻게 대립하는지 포착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가 배경인 '위대한 개츠비'는 염원하던 부를 축적했지만 첫사랑을 위해 파멸로 걸어 들어가는 개츠비의 이야기이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스물다섯 살 청년 괴테가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월북은 "사랑은 문학이 추구해온 유구한 주제"라며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출발점으로서 첫사랑들이 들어있다"고 소개했다.
이 시리즈는 번역에 중점을 두고 언어에 담긴 차별의 시각을 걷어냈다.
여자들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처럼 번역한 기존 방식을 버리고, 약자를 차별하는 언어를 순화했다.
'하녀'는 '하인'으로 '여류 작가'는 '작가'로 통일했다.
월북. 전 4권 세트. 5만4천200원. ▲ 작은 선원들 = 보리스 지트코프 글. 폴 젤린스키 그림. 홍한별 옮김.
20세기 러시아 대표 아동문학가 보리스 지트코프(1882~1938)가 1934년 발표한 단편에 미국 그림책 역사를 써온 화가 폴 젤린스키가 44년 전 일러스트를 그린 그림책이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젤린스키는 신인이었지만 이후 예일대에서 모리스 센닥에게 사사하고 칼데콧상을 네 차례 받으며 명성을 쌓았다.
이야기는 아이의 내면을 채운 호기심과 상상의 압력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할머니 집 선반에 놓인 모형 증기선 한 척을 본 보리스카는 한눈에 반해 갖고 놀고 싶지만 할머니는 단호하게 말한다.
"손도 댈 생각 하지 말아라."
증기선에 눈을 뗄 수 없었던 보리스카는 그곳에 살고 있을 작은 선원들을 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그는 선원들이 들키지 않기 위해 밤에만 움직일 것 같아 밤잠을 설치고, 먹을거리를 찾으러 나올 것 같아 사탕과 빵 부스러기를 선실 문 앞에 놓아둔다.
선원들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자 보리스카의 행동은 점차 대담해진다.
젤린스키는 정교한 증기선에 빠진 아이의 열망을 담아내고자 세필 펜촉으로 미세한 선을 수없이 그려 세밀한 그림을 그려냈다.
당시 원화가 그대로 남아있어 발전된 기술로 새롭게 스캔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보리스카가 할머니의 배에 집착했던 만큼 나도 이 작업에 집착했다"며 "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는 몰두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학동네. 64쪽. 1만4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