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분리한 투트랙 접근 필요…정부 지원책 확대해야" "매년 7월에 어기가 시작하는데 회유성 어종인 고등어는 이맘때쯤이면 일본 어장에 주로 있습니다.
한일어업협상이 타결이 안 되니 눈앞에 두고도 잡으러 갈 수가 없는 거죠."
15일 부산 서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만난 대형선망수협 한 간부의 이야기다.
전국 고등어 유통량 80%는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위탁 판매되고 있는데, 이들 고등어 대부분이 대형선망에서 잡아 올리는 것이다.
대형선망수협 소속 선단들은 한일어업협정 중단 이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어갈 수 없어 서해와 남해로 진출해 고등어를 잡고 있다.
하지만 일본 어장에서 서·남해로 고등어가 올라오려면 바람에 찬 기운이 묻어나는 10월 이후가 되어야 해 그때까지는 조업량이 많지 않다.
또 멀리 나가는 조업은 위험성도 높지만, 최근 유류비까지 급등하면서 어획량을 어느 정도 채우지 못하면 나가더라도 손해만 볼 수 있다.
대형선망 관계자는 "협정이 중단되면서 정부가 대체 어장 유류비 명목으로 선박당 7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지금 특히 초고유가 상황이라 바다에 나가 어탐(어군탐지기)을 돌려보기도 무서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한일어업협정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소속 선사가 도산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어선 수를 줄이는 경우도 잇따른다.
고등어잡이는 어선 6척이 1개 선단을 이뤄 바다에 그물을 둘러쳐 조업한다.
2016년만 해도 25개 대형선망 선단이 있었지만, 지금은 19개 선단으로 줄었고 2∼3개 업체는 도산했다고 대형선망수협은 밝혔다.
가자미 등을 잡는 서남구기선저인망도 한일어업협정 중단 전과 비교해 수익이 4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체감한다고 말한다.
최근 일본 EEZ에 들어갔을 때와 비슷하게 조업량이 나온 때도 있었지만, 물고기 크기 등 상품 가치가 떨어져 결국에는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전갑출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지난 6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협정 중단 전에는 소속 외끌이 어선 40여 척 중 21척이 일본 EEZ에서 조업했는데 협정 중단 이후 40척이 모두 국내에서 경쟁하다 보니 밥벌이도 하지 못해 고사 위기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제주 갈치잡이 연승 어선들은 200㎞가량 떨어진 일본 EEZ 조업이 막혀버린 뒤 4배 넘게 먼 동중국해까지 나가서 원거리 조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어 경비는 높아져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사고 위험이나 중국 현지 어업인과의 마찰 등도 커져 감수해야 할 고충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협정 중단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어장 개발에 비용을 투입하고 어선 감척 사업 등 수산업자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제도도 시행해오고 있지만, 현 수산업계는 지금의 상황을 '진퇴양난 속 고사 위기'로 진단한다.
부산공동어시장 한 간부는 "해수부와 관련 수산 단체 간담회에서 감척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폐업 지금을 대폭 늘려달라는 요구도 나왔다"면서 "현재 폐업 지원금은 지난 3년간 영업 평균의 100%를 보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간을 늘리고 120% 보상하는 방식으로 퇴로를 적극적으로 열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일어업협정과 관련해 일본은 팔짱을 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어업에서는 주력 4개 어종이 일본 EEZ와 관련이 있는데 반해, 일본의 주력 어종은 고등어 1개밖에 없어 자국 수산업자들의 압박이 크지 않은 상태다.
정동근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 상임이사는 "양국이 어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정치적 현안과 분리해 투트랙으로 접근을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국내 수산업계 입장에서 봤을 때 한일 어업협정만큼 저비용 고효율 정책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