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천재성보다는 평범함에 무게…장애·편견 극복하는 성장기
주인공 시선으로 전개…자폐성 장애 당사자·가족에도 호평
"적절한 수준의 판타지화가 성공 비결…자폐를 보는 시각 바꿔"
"아, 괜찮습니다.

저는 그냥 보통 변호사가 아니니까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사 中)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속 우영우(박은빈 분)는 자신이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당당하게 밝히고 다름을 인정한다.

그런 영우에게 '보통 변호사도 하기 힘든 일'이라는 말을 했던 직장 상사 정명석(강기영)은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건넨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케이블 채널 ENA 수목드라마 '우영우'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을 예전 작품보다 진일보한 모습으로 다루며 호평받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는 '우영우'가 처음은 아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자폐증을 가진 초원(조승우)이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렸고, 드라마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시온(주원)이 대학병원 소아외과에서 천재 의사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 '증인'(2019)과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에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우영우'는 장애인을 보호가 필요한 인물이 아닌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는 독립적 인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굿닥터'와 비슷하다.

하지만 자폐를 하나의 능력치로 활용하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서 차별화했다.

주인공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주인공이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굿닥터'는 기본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의 유용성에 주목하지만 '우영우'는 그렇지 않다"면서 "드라마를 보다 보면 우영우가 평범한 신출내기 변호사로 보이게 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우영우'의 또 다른 차별점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시선을 충실히 따라간다는 것이다.

자폐성 장애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지만 기존 콘텐츠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영우'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스펙트럼을 설명하고, 사람마다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영우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내레이션도 좋은 시도로 평가받는다.

극 중 우영우가 김밥을 먹는 장면에서 "김밥은 믿음직스럽다.

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다"는 내레이션이 나오는 식이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장면은 실제 장애가 있는 당사자들이나 그들의 가족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

이렇듯 자폐 장애인의 당사자성을 살려낸 작품은 실제 장애인들과 그들의 가족들로부터도 호평받는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증 아스퍼거 성향인 중학교 3학년 아들에게 드라마를 보여주니 본인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재밌게 본다", "우영우가 눈알을 굴리고 흘겨보는 걸 너무 잘 표현한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우영우의 주변 인물들도 유사한 소재를 다룬 콘텐츠들과는 다르다.

'굿닥터' 속 시온의 주변 의사들은 그를 시샘하기도 하지만, '우영우'에서는 주변 변호사들이 주인공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다.

직장 상사 정명석은 법무법인 대표를 찾아가 우영우가 자폐인이라서 변호를 못 맡기겠다는 의뢰인에게 적절한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영우와 한 팀"이라며 결국 사건에서 빠진다.

로스쿨 동기인 신입 변호사 최수연(하윤경)은 우영우를 질투하면서도 회전문에 껴 곤란한 우영우를 차마 못 본 척 지나치지 못하고, 이준호(강태오)는 무작정 문을 잡아주기보다 우영우에게 문을 통과하는 법을 알려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지금 시대는 장애를 대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면서 "그런 노력과 변화가 작품 속에 잘 담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영우'와 같은 콘텐츠는 주인공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그리기도 어렵지만, 지나치게 판타지답게 만들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면서 "이 작품은 주인공을 용인될 수 있는 수준으로 판타지화해서 자폐를 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