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재단 '김용균, 김용균들'·인권위 조사관 '어떤 호소의 말들'
김용균 사건·피의자 폭행 사망…'인권' 가치 되짚는 책들 출간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용균씨 사건, 검찰청 내 피의자 폭행 사망 사건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인권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기획한 첫 책 '김용균, 김용균들'(오월의봄)은 김씨의 죽음과 죽음 이후를 기억하고 살아내고 있는 김씨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김씨를 다시 불러낸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씨(당시 24세)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작업 중 사고로 숨졌다.

하청업체 사장 등 10여 명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씨 사망사건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되돌아보게 했고, 산업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또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도 이어졌다.

권미정·림보·희음 활동가는 책에서 사고의 진상을 살피며 김씨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목해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산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각화하고 산재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시도한다.

이들이 주목한 세 사람은 김씨의 주검을 발견한 후 산재 트라우마를 겪는 또 다른 생존자이자 피해자인 하청업체 동료 이인구씨, 김씨의 어머니로 산재 피해자 유족이자 노동활동가로 일하는 김미숙씨, 발전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로 김씨 투쟁이 자신의 싸움이 된 이태성씨다.

책은 이들이 겪은 삶의 변화, 살아내기 위해 이어가는 그들 각자의 싸움에 무게를 둔 것은 산재의 당사자는 산재를 직접 겪은 피해자만이 아니며, 산재 사건은 단절된 한 건의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산재는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김용균 사건·피의자 폭행 사망…'인권' 가치 되짚는 책들 출간
최은숙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어떤 호소의 말들'(창비)에서 20여 년간 인권침해 여부를 직접 조사하며 만난 피해자들과 그 사연 속에 담긴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책은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다.

저자는 초보 조사관이던 2002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발생한 피의자 폭행 사망 사건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에 참여한 경험을 회상하며 "인권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심판이 끝난 뒤에도 피해자의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0월 검찰 조사 도중 피의자가 수사관들의 구타 등 고문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경질됐다.

인권위가 현장 조사에서 50㎝ 길이의 경찰봉을 찾아내고, 이후 조사에서 물고문 등 가혹행위 정황을 밝혀내면서 사건 담당 검사 등은 고문 및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저자는 "인권침해 가해자들의 말을 학연, 지연, 학벌, 돈과 권력으로 만들어진 성능 좋은 마이크를 통해 세상에 울려 퍼지지만 피해자들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며 "가해자들은 이런저런 사유로 짧은 형을 살고 풀려났고, 그 이후 피해자의 삶에 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책은 이 밖에도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주노동자, 관행이란 이유로 폭력을 참고 견디는 운동선수 등 개개인의 속사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법률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면서 조사관 개인으로서 느끼는 한계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연합뉴스